사진속일상

신묘년 설날

샌. 2011. 2. 4. 07:21


세상 살면서 그 무엇보다 마음이 편한 게 제일이다. 인생이 곧 고해요 번뇌라지만 그래도 단 하나 마지막까지 지키고 싶은 게 있다면 마음의 평화다. 설날을 맞아 고향으로 내려가는 내내 든 생각이었다. 계획대로라면 둘째는 이번 설이 함께 하는 마지막이 될 것이다.

 

고향이나 명절이 예전 같지 않음은 고향이 변한 것인가, 아니면 내가 변한 것인가. 고향에 대한 낭만적 환상은 늘 나를 아프게 한다. 망향이 진할수록 허전함과 상실감도 크다. 그곳을 찾아가지만 그곳에 고향은 없다. 고향을 잃은 나그네는 쓸쓸하고 외롭다.

 

모든 것이 변해간다. 명절도 마찬가지다. 농촌이더라도 이웃과 함께 하는 명절은 이제 사라지고 있다. 온 가족이 다 모여 화기애애 오순도순한 명절도 아니다. 어느 집은 여전히 홀로이고, 어느 집은 차례를 마치자 다시 텅 비었다. 노인들 얼굴에는 더욱 수심이 짙어진다. 지역 공동체나 가족의 붕괴가 눈에 띌 정도로 확연히 보인다. 앞으로 명절이라는 개념도 많이 변할 것 같다. 전통적인 명절은 역사의 뒤안길로 소멸되어 가고 있다.

 

동생네 가족과 오붓하게 차례를 지냈다. 산소에 가서 성묘를 하고 이웃 어르신들을 찾아뵈었다. 오후에는 사촌 동생이 고모님을 모시고 찾아왔다. 정(情)을 뺀다면 세상은 사막이 될 것이다.

 

옛날에는 마당에 나락가래가 탑처럼 솟아 있었다. 지금은 어머니가 해 놓으신 나무가래로 가득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새 무더기가 만들어졌다. 없어지는 것보다 보충되는 게 더 많으니 마당은 자꾸 좁아진다. 어머님 건강하심이 고맙고 고마운 일이다. 내려간 날은 톱질을 오래도록 했다.

 

떠나간 것에 더 이상 미련을 두지 말자. 사람이든 물건이든 세월이든 마찬가지다. 지금 내 옆에 있는 것이 주는 기쁨과 행복을 즐기자. 괘념치 않고 잘 사는 게, 그것 없이도 아름답게 살아가는 게, 떠나간 그들에게 보내는 내 대답이 되게 하자.

변화와 고독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하소서.할 일이 없는 심심함을 즐기게 하소서. 항복의 기쁨을 누리게 하소서. 상실이 가져다주는 선물을, 비우면서 채워지는 은총을 내려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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