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가까이에서 가장 걷기 좋은 길은 양재천이다. 서울로 들어갈수록 복잡해지지만 과천 쪽은 한적해서 좋다. 찻길도 멀어 자동차 소음으로부터도 격리되어 있다. 오늘 다시 양재천을 걸었다. 과천 선바위역에서 시작하여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서 마쳤다.
혹한이 풀어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영하의 날씨였다.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얼굴에 닿는 냉기가 따가웠다. 그래도 이만하면 걷기에는 괜찮은 날씨였다. 점심시간 때에 산책나온 직장인들을 제외하고는 길은 텅 비었다. 겨울에는 자전거 타는 사람도 보기 어렵다.
양재천을 두 시간여 걸으면 한강에 닿는다. 이번에는 상류쪽 잠실로 향했다.
인생이 덧없다고 흔히 말한다. 그러나 덧없는 건 인생이 아니라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이나 태도가 아닌가 싶다. 애욕이라든가 집착 같은 것. 삶의 완성은 그런 데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느냐에 달린 건 아닐까.
3주 째 이어진 강추위에 한강은 꽁꽁 얼었다. 강 한가운데에 보트 한 척이 오도가도 못하고 갇혀 있다.
걷다 보면 이런저런 풍경과 만난다. 대개의 풍경은 오래 머물지 않고 스쳐 지나갈 뿐이다. 사물이든 사고든 그런 일회성 접촉이야말로 걷기의 특징이다. 오고, 만나고, 보내주고, 마음에 아무 흔적을 남기지 않고 바람처럼 지나간다. 우리의 삶도 단순하고 가벼워야 하리라.
잠실철교 위에서 바라본 얼음 무늬에 자꾸 눈길이 간다. 자연이 그린 조형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하늘에서 바라본 강줄기도 저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마침 강변에는 4대강 사업을 홍보하는 광고 문구가 걸려 있었다. '행복 4江, 활짝 웃어라! 대한민국 江들아!' 뺨 때려놓고는 웃으라고 윽박지르는 꼴이다.
꼭 멀리 새로운 곳으로 찾아갈 필요는 없다. 가볍게 운동화만 신고 나갈 수 있는 그런 길이면 된다. 내 두 발로 하루에 두세 시간 씩만 걸을 수 있다면 행복이 멀리 있는 게 아니다.
* 걸은 시간; 11:30 - 14:50
* 걸은 거리; 16 km
* 걸은 경로; 선바위역 - 양재천 - 잠실 - 한강 - 잠실철교 - 강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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