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시내에서 볼일을 보고 저녁 약속 장소인 안양예술공원으로 갔다. 3시간의 여유가 생겨 천천히 산책하며 공원을 둘러보기로 했다. '예술'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으니 혹 북 카페라도 있으면 책이라도 보며 쉴 요량이었다.
전에는 안양유원지라고 했는데 언제부턴가 안양예술공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유원지보다는 예술공원이 훨씬 고상하고 품격 있게 들린다. 무엇이든 작명이 중요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개명만 한다고 포장이 내용을 대치할 수는 없다.
여기는 공원이기보다는 음식 거리라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릴 것 같다. 길을 따라 먹고 마시는 가게들밖에는 없다. 여관이나 모텔이 전시장이나 공연장보다 더 자주 보인다. 이름은 예술공원이지만 예술적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조각 작품들이 산재해 있지만변방으로 밀려나 있는 느낌이다. 이곳에서 예술적 향기에 얼마나 젖을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나마 예전 유원지 시절에 비해 깔끔하게 정비되고 깨끗해진 것은 다행으로 여겨야겠다.
삼삼회 모임을 가끔 여기서 가진다. 주인장이 같은 고향 출신이어서 마음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소란한 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고즈넉한 안양사(安養寺)를 만날 수 있다. 오늘날 안양이라는 지명 유래가 된 절이다. 안양(安養)이란 불교에서 아미타불이 거주하는 청정한 극락정토를 말한다. 불교의 이상향이 안양세계(安養世界)다.
안양사는 역사가 오래된 절이다. 신라 효공왕 3년(900)에 태조 왕건이 남쪽으로 정벌하러 가다가 삼성산에 오색구름이 가득 피어오르는 것은 보았는데 뒤에 능정(能正)이란 스님이 그곳에 사찰을 세웠다고 한다. 고려 시대에는 승려 천 명이 불사를 올렸다는 기록이 있어 절의 규모가 얼마나 컸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또 조선왕조실록에는 태종이 온양으로 온천욕을 하러 가다 안양사에 들렀다는 기록도 나온다.
공원 끝은 서울대 관악수목원이다. 굳게 닫힌 철문이 인간의 땅과 자연의 땅을 나누고 있다. 4월부터는 인솔자를 따라 관람할 수 있다니 봄이 되면 다시 찾아와야겠다.
영하의 날씨가 차가웠다. 그러나 혼자서 쉴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따스한 북 카페나 전시장을 기대했던 건 나만의 순진한 생각이었다.
그래도 몇몇 흥미로운 작품들을 만났다. 빛이 연출하는 색채가 아름다웠다.
안양 상자집 / 볼프강 빈터(독일)
리볼버 / 헤르만 노이슈타트(독일)
거울 미로
작품명 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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