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에서 나온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 완역본 다섯 권을 사서 1부를 읽었다. 올겨울에 전체를 읽어보려 한다. 총 페이지가 2,500쪽이나 된다. 장발장 이야기는 어릴 때 접하고, 소설도 축약본으로 읽은 적은 있으나 완역본은 처음이다. 전체를 읽어보겠다고 오래전부터 별렀던 책이다.
첫 권인 1부는 소제목이 '팡틴'이다. '레 미제라블'이 '비참한 사람들'이라는 뜻인데, 여기에 걸맞은 인물이 팡틴이다. 남자에게 버림받고 미혼모가 된 팡틴은 딸 코제트의 양육비를 벌기 위해 갖은 고생을 한다. 공장에서 쫓겨나서는 몸 파는 여자로까지 전락한다. 장발장인 마들렌 시장의 도움으로 구출되지만, 결국은 딸을 만나지 못하고 병사하는 불쌍한 여인이다. 가난과 차별의 구렁텅이에서 헤어나지 못했지만 영혼은 순수하고 고결했다. 혁명 이후였지만 혼란했던 프랑스 사회는 민중의 고통을 보듬을 수 없었다. 불합리한 사회에 희생된 낙오자에 대한 연민이 소설에 애틋하게 담겨 있다.
1부의 무대는 19세기 초의 프랑스다. 나폴레옹이 축출되고 다시 왕정복고로 돌아간 때다. 장발장은 빵 한 조각을 훔친 벌로 19년간 옥살이를 한다. 출옥한 장발장이 미리엘 신부에 감화되어 회심하는 장면은 언제 봐도 감동을 준다. 1부를 관통하는 주제는 사랑의 위대함이다. "오른뺨을 치면 왼뺨도 내어주라"는 예수의 가르침이 미리엘 신부에 의해 구현된다. 얼음장 같던 장발장의 마음을 녹인 것은 오직 사랑의 힘이다.
장발장은 사랑의 주체로 거듭나서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의 말씀을 실천한다. 전과자였던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존경받는 시장이 되어 지역민을 위해 재산과 시간을 바친다. 그러나 자신의 죄를 뒤집어쓰는 사람을 보고 신분을 감출 수만은 없었다. 1부는 장발장이 다시 체포되는 데서 끝난다.
장발장을 회심시킨 것은 종교 교리가 아니라 미리엘 신부에 의한 사랑의 실천이었다. 장발장의 경우처럼 거듭났다는 것은 말로서가 아니라 행동으로 드러나야 한다. 그는 사업으로 돈을 많이 벌었지만 가난한 사람을 위해 쓰고 자신을 위해서는 한 푼도 남기지 않았다. 또한, 한 사람의 억울한 사람이라도 만들지 않기 위해 자청해서 감옥으로 들어간다. 비록 1/5밖에 읽지 못했지만 <레 미제라블>은 한 편의 장엄한 교향곡을 듣는 것 같다. 옷깃을 여미며 읽어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