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

샌. 2018. 12. 17. 11:31

 

고미숙 선생의 글을 읽다가 꽤 오래전에 본 이 영화가 생각났다. 글 제목이 '스위트 홈은 없다'다. 가족은 '상처의 온상'이라고 말한다. 선생은 화폐, 권력과 함께 스위트 홈에 대한 망상을 우리가 깨뜨려야 할 벽으로 본다.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에 나오는 가족 이야기는 우리나라 막장 드라마를 뺨친다. 불륜과 돈, 부모 형제간의 갈등이 아버지 장례식에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폭발한다. 메릴 스트립은 약물 중독에 구강암 환자로 나온다. 그녀로부터 사랑받지 못한 세 딸은 내면에 상처를 갖고 있다. 가시를 잔뜩 품고 있는 선인장 같다. 결국 각자는 뿔뿔이 흩어진다. 서로에게 절망하고 해체된 다음에야 다시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볼 여유가 생긴다. 내면의 상처를 극복해야 상처의 대물림도 막을 수 있고, 다시 만남도 기약할 수 있다.

 

이 영화에서 단역으로 나오는 인디언 가정부에 주목한다. 그녀는 배려와 상호 이해전통적 가치를 상징하는 게 아닐까. 메릴 스트립 곁에 남는 가정부는 우리 시대의 탐욕과 무절제를 고발하는 것 같다.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은 기억에 오래 남는 영화다. 내용도 좋지만 배우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왜 명배우로 불리는지를 보여준다. 가족이 아니라면 욕하고 떠나버리면 잊힌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굴레는 징글징글하게 따라붙는다. 떨쳐버릴 수 없다면 화해를 해야 한다. 다른 누가 아닌 바로 자기 자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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