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못난이 노자

샌. 2019. 1. 20. 10:35

노자(老子)라고 하면 흰 수염의 할아버지가 연상된다. 이름에서 풍기는 자연스러운 이미지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오는 '못난이 노자'는 열아홉 살 고등학생이다. 그것도 문제아로 낙인찍혔다. 그의 짝인 은정이도 비슷한데, 은정이는 학교를 자퇴하고 집을 나왔다. 이 두 젊은이가 노자의 가르침을 익히고 따른다. 그런 역발상이 재미있다.

 

송기원 소설가가 쓴 <못난이 노자>는 두 젊은이의 생각과 삶을 통해 <도덕경>을 풀이한다. 그래서 아주 쉽게 쓰였다. 오래전 <녹색평론>에 연재될 때 읽었었는데 단행본으로 나왔다. <도덕경>은 81장으로 되어 있지만, 책에서는 12장만 선별하여 해설한다.

 

"생긴 대로 살자." "못난이가 힘이다." "노자를 알면 천하무적이 된다." 이런 주제가 반복해서 나온다. 어떻게 살아야 인간답게 사는 것인지, 질문하게 만든다. 노자의 가르침대로 기존 상식이나 관념을 뒤집어야 제대로 사는 것이라는 내용이다. 여태껏 살았던 인생관의 전복이다. 여기 나오는 '못난이 노자'는 친구가 자살하는 것을 보고 입시 공부를 포기한다. 경쟁의 대열에서 스스로 발을 뺀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나갈 길을 <도덕경>에서 발견한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도덕경> 1장을 해설할 때, 우뇌와 '진공묘유(眞空妙有)'를 가지고 설명하는 게 눈길을 끈다. 진공묘유란 '태어나서부터 받아들인 모든 좌뇌 정보들인 알음알이를 없애고 명상의 상태에 들면, 참으로 아무 것도 없는 허공 속에 우뇌 정보들만이 가득하게 되는 아주 묘한 상태'라고 한다. 우리 안에 있는 소중한 보물을 만나러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 바로 1장에서 말하는 도(道)다. 그것은 말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말로 표현하면 이미 도가 아니다.

 

우리는 타인의 욕망을 따르면서 제 욕망인 것처럼 착각하며 살아간다. <도덕경>은 말한다. 너의 욕망을 들여다보고 그대로 살아라! 세상이 주입한 관념의 껍데기는 헌신짝처럼 버려라!

 

나는 40대 후반에 <도덕경>을 접하고 쇠망치로 맞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기존의 사고 체계가 모조리 전복되는 느낌이었다. 밤골을 찾아간 것은 <도덕경>의 영향이 제일 컸다. 아, 그러나 설익은 실천이었을까, 몇 년 뒤에는 패잔병이 되어 돌아왔다. 아무나 못난이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때 생각이 많이 났다. <논어> 읽기가 끝나면 다시 <도덕경>을 곁에 두어야겠다. 이제는 많은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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