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의 소제목은 '코제트'다. 밑바닥 삶을 살다 병으로 죽은 팡틴의 가련한 딸이다. 코제트는 엄마와 헤어져 탐욕스러운 테나르디에 부부 밑에서 학대받으며 살고 있었다. 두 번째로 탈주한 장발장이 코제트를 구출해 나온다. 추적하는 자베르 형사를 피해 수도원으로 도망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2권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워털루 전투와 봉쇄수도원을 묘사한 장면이다. 워털루 전투만 100페이지 가까이 서술되어 있다. 1815년 6월 18일의 워털루는 유럽 역사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인 전투였지만 여러 우연이 겹쳤다. 나폴레옹이 승리할 수도 있었지만 위고는 그 모든 것이 하늘의 뜻이 아니겠느냐고 해석한다. 나폴레옹은 질 수밖에 없었다.
그중에서도 두 가지 결정적인 부분은 대포 소리를 못 들은 그루시와 오앵의 움푹 팬 길이다. 그루시의 융통성 없음은 잘 알려져 있다. 오앵의 길은 나폴레옹의 실수였다. 함정 같은 이 길을 건너 공격하다가 나폴레용 기병대는 초반에 엄청난 인명 손실을 당했다. 워털루 전투를 복기를 해 보면 수많은 우연과 실수로 점철되어 있다.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위고는 장렬한 최후를 맞은 프랑스군을 숙연한 심정으로 기록한다.
장발장이 코제트를 데리고 도피한 봉쇄 수녀원의 묘사도 아주 세밀하다. 수녀들은 일 년 내내 육식을 하지 않고, 짚 위에서 낡은 담요를 덮고 자며, 새벽 1시에 일어나 기도를 드리고, 목욕 한 번 하지 않고, 금요일마다 고행을 하고, 침묵의 규칙을 지키고, 지상에서 행해지는 모든 죄에 대한 속죄를 간청한다. 밀폐된 장소에 사는 수녀들은 창백하고 근엄하다. 1825년에서 1830년 사이에 세 명의 수녀가 미쳤다. 위고는 인간성을 말살하는 이런 제도에 대해 분노에 차서 고발한다. 이런 수도원 제도는 사멸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장발장은 수녀원의 정원사로, 코제트는 수녀원의 기숙사 원생으로 들어간다. 남자들 출입이 금지된 수녀원은 장발장에게 완벽한 도피 장소다. "여러 해가 그렇게 흘러갔고, 코제트는 커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