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레 미제라블(3)

샌. 2019. 2. 11. 10:34

1800년대 초반의 파리 묘사가 인상적이다. 한 편의 세밀화를 보는 것 같다. 당시에도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 첨예했다. 지금 우리 시대와 다를 바 없다. 보수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왕당파와 개혁을 꿈꾸는 자유주의파가 대립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3권의 주인공은 마리우스다. 마리우스는 사회 변혁을 바라는 청년 그룹을 통해 눈을 뜬다. 7, 80년대 우리나라에서 대학에 들어간 학생이 의식화되는 과정과 비슷하다. 마리우스는 할아버지의 후원을 거절하고, 가난하지만 주체적인 삶을 찾아 나간다. 열정적인 활동 이전에 이런 내적 성숙 과정이 있어야 한다. 여기 등장하는 마리우스는 순수한 영혼을 가진 고결한 청년으로 그려지고 있다.

 

장발장과 팡틴은 자베르의 추적을 피해 조용히 숨어 살고 있다. 공원 벤치에 앉아 있는 둘의 모습은 마리우스의 주의를 끌고, 시간이 지나면서 팡틴을 짝사랑하게 된다.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는 장발장은 마리우스를 피해 잠적한다. 그런 와중에도 장발장은 아무도 모르게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일을 계속한다. 이 과정에서 테나르디에와의 악연이 다시 이어진다. 장발장, 자베르, 테나르디에, 마리우스가 한 공간에서 만난다.

 

<레 미제라블>은 옛 소설답게 호흡이 길다. 사건 전개에 대한 서술만큼 배경에 대한 설명도 길고 자세하다. 3권에서는 파리의 빈민가와 건달 세계, 개혁 사상을 가진 청년 그룹에 대한 묘사가 나온다. 너무 장황해 보이기도 한다. 그 덕분에 1800년대 초중반의 프랑스 사회를 이해하는 데 이 소설의 세세한 묘사가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프랑스 사람이 제일 많이 읽는 소설이 <레 미제라블>이라고 한다.

 

<레 미제라블>을 관통하는 정신은 박애와 자유다. 가난한 사람과 약자에 대한 관심, 사회 변혁을 향한 인간의 도전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이 19세기 격변의 프랑스를 무대로 하고 있지만 소설의 기조인 따스한 인간애는 장소와 시대를 가리지 않고 감동을 준다. <레 미제라블>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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