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패터슨

샌. 2019. 2. 18. 10:43

 

뉴저지패터슨에 사는 패터슨은 버스 기사다. 도시락 가방을 들고 출근해서 저녁까지 버스를 몰고, 퇴근해 저녁을 한 뒤에는 개를 산책시키며 바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신다. 단조로운 일과의 반복이다. 특이한 점은 패터슨은 틈틈이 시를 쓴다. 시 쓰기가 그의 전부라 해도 좋다. 예술가 기질을 가진 아내도 자신의 취향대로 집을 꾸미며 나름의 삶을 즐긴다. 이 영화 '패터슨'은 일견 무미건조해 보이는 패터슨 부부의 일주일 동안의 삶을 그린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현 세태와는 정반대의 생활이다. 이런 삶도 충분히 가능하구나, 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어쩌면 모든 사람의 내면에 숨어 있는 욕구인지도 모른다. 겉으로 보면 단조롭고 건조한 일상이지만 똑같지는 않다. 영화는 매일 아침 침대에 같이 누워 있는 부부를 비춰준다. 안고 있기도 하고, 등을 돌리고 있기도 하는 등 매번 다른 자세다. 패터슨이 정해진 코스로 버스를 몰지만 승객은 다르다. 그들의 대화를 유심히 들으며 시의 소재를 생각한다. 같아 보이는 일상에도 새로움이 있다. 지루함을 느낄 수 없는 이유다.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 여기서 출발한다.

 

패터슨과 로라 부부는 어찌 보면 성격상으로 어울리지 않는 쌍이다. 그런데도 갈등이 생기지 않고 원만한 부부생활을 한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 때문이라 생각한다. 상대가 추구하는 세계를 존중하며 나를 앞세우지 않는다. 패터슨은 골목을 지나다가 혼자 있는 소녀를 지켜주기 위해 옆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의 따스한 마음을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패터슨은 절대 화를 내지 않는다. 애견 마빈이 시를 쓴 노트를 갈가리 찢어놓아도 무덤덤하다. 속은 어떨지 몰라도 겉으로는 무덤덤하다. 시를 쓰지만 시에 대한 집착은 없는 탓인가 보다. 중요한 건 시가 아니라 시처럼 사는 삶이 아니겠는가. 개인적으로는 닮고 싶으면서 부러운 성격이다.

 

가난하고 단조로운 일상이어도 자기만의 세계를 지향해 나가는 행복을 이 영화는 보여준다. 세태를 생각 없이 추종하는 부평초 같은 삶이 아니다. 행복은 이렇듯 작은 일상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에서 나온다. 소확행의 본보기를 보여준다고 할까, 잔잔하면서 따스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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