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아내와 나

샌. 2019. 2. 26. 10:13

아내는 현미를 좋아하고

나는 백미를 좋아한다

 

아내는 성당 옆에 살기를 원하고

나는 산속 외딴집에 사는 걸 꿈꾼

 

아내는 혈관 계통이 약하고

나는 소화 기능이 약하다

 

아내 뇌의 80%는 자식이 차지하

내 뇌의 80%는 나 자신이 차지한

 

아내는 식탁에서 몸무게를 걱정하고

나는 식탁에서 소화제를 걱정한다

 

아내는 눈이 건조해 눈물약을 항시 넣고

나는 눈물이 많아 휴지가 옆에 있어야 한다

 

아내는 손주에게 인기가 있지만

나는 마지못해 손주가 안긴다

 

아내는 몇 시간을 뒤척어야 잠이 들고

나는 눕자마자 코를 곤다

 

아내는 사나흘에 한 번 응아를 하지만

나는 하루에 서너 번 들락거린

 

아내는 TV 연예 프로를 좋아하고

나는 스포츠 중계를 좋아한다

 

아내는 사람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고

나는 혼자 있기를 좋아한다

 

아내는 국 없이 밥을 먹고

나는 국물에 말아먹는 걸 좋아한다

 

아내는 병원 가까이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나는 병원은 멀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아내는 정치에 관심이 많아지고

나는 정치에서 점점 멀어진

 

아내는 너그럽고 잘 인내하지만

나는 조급하고 참을성이 없다

 

아내는 겨울보다 여름을 좋아하고

나는 여름보다 겨울을 좋아한다

 

아내는 진즉 운전 면허를 반납했고

나는 80세까지는 버텨보려 한다

 

아내는 점점 터프해지고

나는 점점 세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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