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국 사람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원주민이라는 주민등록증도 있습니다.
봄철이면 중국발 황사를 다 함께 호흡합니다. 우리는 함께 애국가를 부르고, 월드컵에는 붉은 옷을 입고 함께 큰 함성을 질렀습니다. 올림픽에는 "영미!"라고 같이 외쳤습니다.
당신과 나는 한국말을 합니다. 그런데 나는 당신 말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당신도 내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같은 말을 하고 있습니까?
'안녕'이라는 말까지 이해하겠습니다. '그러니까'라는 말도 이해하겠습니다. 주어와 동사와 단어, 그 낱낱의 의미는 이해하겠는데,
당신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까?
당신이 목청을 높이고, 얼굴을 붉히고, 삿대질하는 모습을 보니 감정의 격함은 알겠는데,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자자, 목소리를 낮추고, 우리 천천히 이야기합시다. 이 말은 이해하시죠.
당신 말을 한국어 '가'라고 부르고 내 말을 한국어 '나'라고 부릅시다. 누군가 우리 사이에 낀다면 한국어 '다'라 부릅시다.
우리 같은 말을 하는 것입니까.
- 대한민국人 / 주영헌
안중근 의사가 남긴 유묵에는 꼭 '大韓國人 安重根'이라 적혀 있다. 이 시의 제목이 안 의사의 기개와 절의를 떠오르게 한다. 요사이 시국이 심상치 않다. 일본이 얼토당토않은 핑계로 우리나라의 약점을 찌르며 경제 보복 조치를 취하고 있다.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인정하는 게 민주주의지만, 국가가 위기에 처하면 하나로 뭉쳐야 한다. 그것이 100여 년 전의 과오를 되풀이 않는 길이다.
우리 사회의 이념 갈등이 우려할 수준이다. 우선 정치인들이 부추기는 게 문제다. 마치 상대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하는 악귀들 같다. 여기에 줏대 없는 사람들이 어릿광대의 장단 춤을 춘다. 제발 정신 좀 차리자!
어쩌면 이번 일본의 도발은 우리에게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위기는 곧 기회다. 일본 의존의 경제 구조를 바꾸고, 기술 자립에 매진해야 한다. 사태가 심각해지면 결국은 외교적 해법으로 문제를 풀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도 나라의 자존감을 희생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온갖 굴욕을 감내하며 이만큼 성장한 우리나라다. 자부심을 갖고 냉정하고 현명하게 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도록 하자. 우리는 '大韓國人'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