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으로 돌아가자 나의 고향으로 돌아가자
암 데나 정들면 못살 리 없으련마는
그래도 나의 고향이 아니 가장 그리운가
방과 곳간들이 모두 잿더미 되고
장독대마다 질그릇 조각만 남았으나
게다가 움이라도 묻고 다시 살아 봅시다
삼베 무명옷 입고 손마다 괭이 잡고
묵은 그 밭을 파고 파고 일구고
그 흙을 새로 걸구어 심고 걷고 합시다
- 고향으로 돌아가자 / 이병기
전주 가는 길에 여산휴게소에 들렀더니 '시조시인 만남의 길'이라는 화살표가 있었다. 휴게소 한 켠에 가람 이병기 선생의 작품으로 꾸며진 작은 공원이 있고, 앉아 쉴 수 있는 팔각정 주변에 선생의 시조 작품이 여럿 전시되어 있었다. 생가 안내가 있는 걸 보니 이 지역에서 선생이 나신 것 같다.
이 시조는 제일 큰 시비에 적혀 있었다. 아마 6.25 이후에 지은 것으로 보인다. 전쟁으로 황폐해진 고향과 나라를 재건하려는 계몽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약력을 보니 선생 역시 전쟁 후 고향으로 내려와서 후학을 가르치며 지내셨다. 그 당시 선생의 결심이 묻어 있는 시조다. 선생이 1968년 타계할 때까지 거처하신 집은 '수우재(守愚齋)'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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