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나 홀로 웃노라 / 정약용

샌. 2019. 8. 2. 09:49

有栗無人食 多男必患飢

達官必倡愚 才者無所施

家室少完福 至道常陵遲

翁嗇子每蕩 婦慧郞必癡

月滿頻値雲 花開風誤之

物物盡如此 獨笑無人知

 

- 獨笑 / 丁若鏞

 

양식 많은 집은 자식이 귀하고, 아들 많은 집은 허구한 날 끼니 걱정

벼슬 높은 사람은 으례 멍청하고, 재주 있는 사람은 펼 길이 없다오

복 많아도 다 갖춘 집 드물고, 지극한 도라도 무너지기 마련

아비가 절약하면 자식은 흥청망청, 아내가 똑똑하면 남편은 꼭 바보라오

달이 차면 구름이 자주 끼고, 꽃이 피면 바람이 심술 부려

세상만사 다 이러하니, 사람들은 모르리라 나 홀로 웃는 까닭

 

 

이만큼이라도 살아보니 한 가지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세상사가 내 뜻대로는 안 된다." 도모하는 일은 자주 어긋나게 마련이고, 열에 아홉은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 집이라을 들여다보면 속 썩이는 일이 한 가지는 있다. 그래서 일가일우(一家一憂)라 한다. 인생이 원래 그런 이다, 라고 인정하면 조금은 속이 편해진다. 근심 걱정이야 어쩔 수 없다 해도 괴로움을 만드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다. 세상만사 다 이러하니, 다산처럼 홀로 웃어주자. 행복은 쾌락이 아니라 괴로움이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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