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노래 / 김남주

샌. 2019. 7. 23. 10:07

이 두메는 날라와 더불어

꽃이 되자 하네 꽃이

피어 눈물로 고여 발등에서 갈라지

녹두꽃이 되자 하네

 

이 산골은 날라와 더불어

새가 되자 하네 새가

아랫녘 윗녘에서 울어예는

파랑새가 되자 하네

 

이 들판은 날라와 더불어

불이 되지 하네 불이

타는 들녘 어둠을 사르는

들불이 되자 하네

 

되자 하네 되고자 하네

다시 한 번 이 고을은

반란이 되자 하네

 

청송녹죽 가슴으로 꽂히는

죽창이 되자 하네 죽창이

 

- 노래 / 김남주

 

 

조국 민정수석이 페이스북에 인용해서 화제가 된 시다. '죽창가'라는 이름으로 노래로 불려졌는데, 원래 제목은 '노래'다. 제목에 따라 시가 주는 느낌이 다르다. '죽창가'라고 하면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의분이 일어난다.

 

조국 민정수석은 SNS로 이번 사태의 진상이 무엇인지 법률학자답게 냉철하게 분석한다. 몇 대목을 옮긴다.

 

일본 정부의 정치적, 법적 논리 요약:

1910년 '한일병합'은 국제법적으로 합법이다.

- 1910~1945년 동안 일본은 한반도에 대한 합법적 지배권을 보유했다. 이 기간 동안 한반도에는 '근대화'가 이루어졌다.

- 이 기간 동안 조선 사람은 모두 일본인이 되었다. 항일독립운동가들은 '반일 사상'을 가진 '불령선인(不逞鮮人)'이다.

- 조선인에 대한 '강제징용'은 없으며, 1939년 '국민징용령'에 따른 합법징용이다('위안부'는 자발적으로 몸을 판 매춘부다).

- 1945년 패전했으나, 일본인이었던 전(前) 조선인들에게 '배상'을 할 이유가 없다.

- '일본통치시대'의 논란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른 3억 달러 지급으로 모두 해소되었다. 이 돈 덕분에 한국의 경제 발전이 가능했다.

- 역대 한국 정부 및 한국인들은 '민족 감정'에 사로잡혀 이상을 무시하면서 계속 사과를 요구하며 떼를 쓴다.

- 게다가 2012년 및 2018년 한국 대법원은 이상을 무시하고 일본 기업에게 피해를 입히는 잘못된 판결을 내렸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알아서 해결해야 하지, 일본 기업이나 정부가 책임질 사안이 아니다.

- 문재인 정부가 책임을 지지 않으니 수출 규제를 가해서 버릇을 고쳐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논리에 부분적, 전면적으로 동조하면서 현 사태의 책임을 한국 대법원과 문재인 정부에 돌리는 한국인이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일관된 입장은 (1)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소멸되었다. (2) 이를 무시한 한국 대법원 판결과 이를 방치한 문재인 정부가 잘못이다. (3) 한국이 국가 간의 약속을 어겨 일본 기업에게 피해를 주므로 '수출 규제'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본의 궤변을 반박하기는 커녕, 이에 노골적 또는 암묵적으로 동조하면서 한국 대법원과 문재인 정부를 매도하는데 앞장서는 일부 한국 정치인과 언론의 정략적 행태가 참으로 개탄스럽다. 게다가 소재 국산화를 위한 추경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 전통적으로 '우파'가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법인데, 한국에서는 정반대이다.

 

일본 국력, 분명 한국 국력보다 위다. 그러나 지레 겁먹고 쫄지 말자. 외교력 포함 현재 한국의 국력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 시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병탄(倂呑)'을 당한 1910년과는 말할 것도 없다. 제일 좋은 것은 WTO 판정 나기 전에, 양국이 외교적으로 신속한 타결을 이루는 것이다. 당연히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법적, 외교적 쟁투를 피할 수 없는 국면에는 싸워야 하고, 또 이겨야 한다. 국민적 지지가 필요하다.

 

옳은 말이다. 일부 구절을 문제 삼고 사사건건 비난만 하는 야당이 어떤 때는 일본보다 더 밉다. 혹시 문재인 정권이 쓰러지길 바라며 고소해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나라 밖에서 위기가 찾아오면 일단 정쟁을 멈추고 단합하는 나라의 힘을 보여주자. 그러지 못하니 일본이 계속 깔보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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