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초가을 뒷산 한 바퀴

샌. 2019. 9. 27. 15:21

신경이 날카롭고 짜증이 늘어났다. 머리가 무겁고 사는 게 별 재미가 없다. 무엇보다 잠을 편안히 자지 못하는 영향이 크다. 기본에서 덜거덕거리니 우울감이 찾아오지 않을 수 없다. 계절마저 가을로 접어들고 있다.

 

 

가볍게 배낭을 매고 뒷산에 오른다. 목 마른 것도 참고 한 번의 쉼도 없이 정상에 이른다. 바지런히 걸으니 꼭 한 시간이 걸린다. 땀을 흘리니 몸이 개운하고 머리도 조금은 가벼워진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했다. 모든 게 내 '마음'으로부터 기인한 게 아니겠는가. 바깥 탓을 대지만 사실은 내면에 관한 문제다. 깊게 심호흡을 한다.

 

 

산길에서 도토리를 줍는 한 남자를 만났다. 인공관절 수술을 한 사연이며, 이런저런 살아가는 얘기를 들었다. 일흔 셋인데 지금도 버스를 몬다고 했다. 직장인을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시켜주며 한 달에 250만 원을 받는단. 낮에는 산에 다니며 여유있게 산다. 늙어서도 즐겁게 일하는 그가 부러웠다. 나도 대형차 면허를 따보고 싶다 했더니 지금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었단다. 퇴직 9년차에 사람에게 일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뒷산을 한 바퀴 도니 세 시간이 걸렸다. 30분 정도는 노닥거렸으니 실제 걸음은 두 시간 반 정도인 셈이다. 이 정도 산길이면 딱 나한테 알맞다. 아직도 집요하게 달려드는 산모기만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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