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 단풍을 보러 갔는데 때가 좀 늦었다. 단풍이 많이 졌고 남아 있는 것도 색깔이 바랬다. 대략 일주일 전 쯤이 절정기가 아니었나 싶다.
구룡사에서 세렴폭포까지 다녀왔다. 실버 코스라고 할 정도로 길이 평탄하고 쉽다. 불타는 듯 화려한 단풍은 없어도 가을산의 향취에 푹 빠졌다.
구룡사를 지나면 바로 나타나는 단풍의 명소. 한낮의 양광을 받아도 색이 살아나지 않는다.
세렴폭포로 올라가는 길.
드문드문 진홍빛 단풍이 보인다.
세렴폭포는 폭포라고 하기에는 초라하다. 지금 시기에 콸콸 쏟아져 내리는 폭포를 기대하는 건 무리일 것이다.
내려가는 길.
나무는 자신을 덜어내면서 찬 계절을 견딜 준비를 한다. 바람이 불면 우수수, 낙엽이 되어 떨어지는 나뭇잎의 수런거림으로 숲은 분주하다. 제 할 일을 마치고 난 자의 가뿐함이 땅에 가득하다.
치악산 단풍의 아쉬움을 구룡사 은행나무로 충분히 보상 받았다. 200년 전 여기에 은행나무를 심은 이는 훗날에 수많은 사람들이 찬탄하며 환하게 웃으리라는 사실을 예상이나 했을까.
구룡사에서 세렴폭포까지 왕복 4km를 2시간 30분 동안 걸었다. 늦가을의 숲길이 좋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