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주전골 단풍

샌. 2019. 10. 22. 11:16

올해 설악산 단풍 감상은 십이선녀탕으로 잡았다. 너무 느긋하 집에서 출발해서 가는 도중에 점심까지 먹고 십이선녀탕 입구에 도착하니 12시 30분이었다. 아뿔싸, 12시까지만 입장이 된다며 들어가는 걸 막는다. 헛걸음이 되었다. 한두 시간만 단풍 구경을 하고 나오겠다고 해도 막무가내다. 긴 시간 등산하는 사람이야 조난 위험 때문에 늦은 시간 입장을 통제할 수 있다지만 잠깐의 단풍 구경도 막다니 이해하기 힘들다. 투덜대며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꿩 대신 닭이라고, 대신 한계령을 넘어 주전골로 향했다. 3년 전에 찾았던 곳이다. 만경대를 개방하면서 구경하러 갔는데 만경대 입구에 긴 줄이 서 있어 주전골만 보고 되돌아왔었다. 개방 첫해는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사람이 워낙 몰리니 지금은 만경대에 가기 위해서는 인터넷으로 신청을 해야 한다. 일부는 현장 신청도 받는다. 오후 시간이었지만 다행히 우리한테도 순서가 돌아왔다. 십이선녀탕에 못 간 게 오히려 잘 되었다.

주전골에 들어서며 제일 먼저 만나는 절경이 독주암이다. 정상부가 한 사람이 겨우 앉을 정도로 좁다고 하여 독좌암(獨座巖)이었는데 발음 편의상 독주암으로 불리는 바위다.

단풍 때가 잘 맞았다. 약간 이른 느낌은 있지만 이만해도 됐다. 올해 단풍은 예년에 비해 좀 늦은 편이다.

선녀탕 부근의 주전골 단풍.

계곡 깊이 들어갈수록 단풍색이 화려하다.

주전골 상부의 단풍.

주전골의 명소인 용소(龍沼)폭포다. 이곳에서 천 년을 살던 암수 이무기 두 마리가 승천하려 했으나 준비가 덜 된 암컷이 시기를 놓쳐 용이 되지 못하고 바위와 폭포로 변했다는 전설이 있다.

용소폭포에서 조금 더 올라간 계곡 단풍으로 이곳이 현재 절정이. 울긋불긋 단풍 아래서 간식을 먹으며 쉬다.

용소폭포 탐방 지원센터가 만경대 들어가는 입구다. 오후 4시까지 입장 가능하다. 여기서부터는 산길이다.

만경대 전 가파른 경사길 300m가 나온다. 숨이 거칠어지는 구간이다.

만 가지 경치를 볼 수 있다는 만경대(萬景臺)다. 오후 늦은 시간이라 그늘이 져서 색깔이 죽었지만 바위산의 웅장한 경관은 대단하다.

만경대에서 내려가는 길은 경사 급한 난코스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멋진 풍광을 보기 위해서는 감내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전혀 예상치 못한 주전골과 만경대 코스를 다녀왔다. 작은 나들이조차 내 뜻대로 안 된다. 하물며 인생에서랴. 허나 엉뚱하게 나타난 길이 더 즐겁고 의미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인생이 재미있는 거지.

* 오색약수터에서 주전골과 만경대를 한 바퀴 도는 5.2km 코스를 3시간(13:30~16:30)에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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