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박두진 문학길

샌. 2019. 10. 15. 11:02

안성에 간 길에 '박두진 문학길'을 걸어보다. 박두진 시인의 고향이 안성이고, 말년의 집필실이 이곳 금광호수변에 있었다. 문학관을 비롯해서 시인을 기념하는 공간이 호수 주변에 만들어졌다. 박두진 문학길도 그중 하나다.

 

시인이 4.19 혁명 직후 연세대에서 해직되었고, 박정희 정부 때는 한일 국교정상화 협상에 반대한 서명 문인 1호였다고 한다. 당대 현실 권력과 타협하지 않고 문단 정치와도 무관하게 자신만의 길을 오롯이 걸은 분이다. 혁명 뒤에 쓴 '우리들의 깃발을 내린 것이 아니다'라는 시를 보면 선생의 의기를 느낄 수 있다. 시의 한 구절은 이렇다.

 

'우리들의 목표는 조국의 승리

우리들의 목표는 지상에서의 승리

우리들의 목표는

정의, 인도, 자유, 평등, 인간애의 승리인

인민들의 승리인

우리들의 혁명을 전취할 때까지'

 

 

박두진 문학길은 호숫가를 따라 난 걷기 좋은 산길이다.

 

 

안성시 금광면에 있는 금광호수는 1965년에 준공되었으니 이미 50년이 넘었다. 시인의 시 세계에서 이 호수의 풍광이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길은 호수를 따라 꼬불꼬불 이어진다.

 

 

 

곳곳에 시가 소개되어 있어 잠시 발을 멈추고 시의 향기에 취해봄 직하다.

 

 

 

30분 정도 걸으면 혜산정이 나온다. '혜산(兮山)'은 '있는 그대로의 산'이란 뜻으로 시인의 호다.

 

 

길의 후반부는 호수를 따라 만든 나무 데크로 된 길이다.

 

 

 

 

박두진 문학길은 과 나무 데크길이 잘 조화를 이룬다. 가을 늦은 오후의 호수 풍광이 고즈넉하다.

 

 

 

청록뜰에는 돌에 새긴 시가 다섯 편 전시 되어 있다. 시인의 대표작인 '해'를 비롯해, '묘지송' '꽃' '어서 너는 오너라' '청산도'이다. 내가 좋아하는 선생의 시는 '하늘'이다.

 

 

박두진 문학길은 전체 길이가 2.4km다. 청록뜰에 주차를 한다면 끝까지 갔다가 돌아와야 하므로 실제 걷는 거리는 4km 쯤 될 것이다. 1시간 반 정도 잡으면 된다. 시의 향기 속에서 가볍게 걸음하기 좋은 길이다.

 

'사진속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마산에 오르다  (0) 2019.10.19
성지(19) - 은이성지, 미리내성지  (0) 2019.10.16
한양 삼십리 누리길 걷기  (0) 2019.10.12
동문 바둑대회  (0) 2019.10.09
태풍 지나가고  (0) 2019.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