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동문 바둑대회

샌. 2019. 10. 9. 19:45

 

동문의 날 행사가 고등학교 모교에서 열렸다. 오랜만에 학교 구경을 할 겸 나가 보았다. 바둑 대회에 참가하려 했으나 신청이 늦는 바람에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옛날 교사와 건물은 거의 다 없어지고 교정은 새로 싹 변했다. 50년이 흘렀으니 달라지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상하겠지. 까까머리 동기생도 이제는 중노인이 되어 바둑판 앞에 앉아 있다.

 

 

현관에 옛날 사진 한 장이 전시되어 있다. 1970년은 내가 고등학교 3학년일 때다. 저 사진 어딘가에 나도 서 있을 것이다.

 

 

옛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는 건물이 반갑다. 그때는 강당이었는데 지금은 체육관으로 쓰고 있다.

 

 

정문을 지나 학교로 들어가던 오르막 길 흔적이 남아 있다. 등하교하던 유일한 길이었는데 지금은 학생들 통로가 바뀌었. 이 길은 차량 출입로로 쓰이는 것 같다.

 

 

정문에서 올라오면 큰 느티나무가 있었다. 미술 시간에 나무 아래서 스케치하던 기억이 난다. 느티나무는 언제 사라졌을까.

 

 

학교와 집을 오가던 골목길을 걸어보다. 그때는 지금의 북촌처럼 양편으로 한옥이 줄을 이어 있었다. 눈을 감으면 검은 교복에 잿빛 가방을 들고 걸어가는 한 아이가 보인다.

 

 

기억에 떠오르는 대로 학교 주변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싶었다. 그러나 기억과 현실의 모습은 너무 어깃장이 난다. 그때 살았던 동네는 아파트 단지로 변했다. 기웃거리던 작은 서점, TV를 훔쳐보던 전파상, 콩나물을 팔던 할머니가 앉아 있던 자리, 땡땡거리며 지나가던 전차는 어디 가서 찾는단 말인가.

 

쓸쓸하고 허전해져서 뒤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다만, 내년 바둑 대회에는 꼭 참석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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