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신의 한 수 : 귀수편

샌. 2020. 1. 10. 11:16

 

바둑을 소재로 한 영화라서 관심이 컸다. 전작인 '신의 한 수 : 사활편'은 폭력적인 장면이 많아서 실망이었는데 이번 작품은 개선되길 바랐다. 그런데 같은 스타일의 복수혈전이다. 바둑을 들러리로 세운 액션 활극이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 화끈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런대로 볼 만할지 모르겠다.

 

겉으로 보면 바둑만큼 정적인 게임은 없다. 그러나 바둑 두는 사람의 심리 상태는 천변만화하며 요동친다. 평상심을 잃지말라고 하지만 승부가 걸리면 지키기 힘들다. 목숨이 걸린 내기바둑이라면 어떻겠는가. 이 영화의 주인공에게 바둑은 복수를 위한 도구다. 최고수가 되어 돌아온 귀수(권상우 분)는 상대를 하나하나 꺾으며, 마지막에는 자신의 누나를 성폭행하고 자살하게 만든 옛 바둑도장의 스승까지 정복하고 자살하게 만든다. 깊은 산에 들어가 비밀의 수련을 한 뒤 세상에 돌아와 복수하는 무협지 스토리를 닮았다.

 

바둑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영화는 아쉬운 점이 많다. 바둑의 오묘하고 깊은 세계를 그려내길 바라는 건 너무 무리일까. 바둑은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인간의 집념이나 야망, 더 높이 오르려는 욕망이 바둑 세계에 다 들어 있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바둑으로 차분하면서 치열하게 그려내는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다.

 

'신의 한 수 : 귀수편'에는 맹기바둑, 일색바둑, 사석바둑 등 고수들의 특이한 바둑이 나온다. 맹기바둑은 바둑판 없이 두는 바둑이다. 머릿속에 바둑의 진행 과정이 완전히 저정되어 있어야 한다. 일색바둑은 흑백의 돌이 아니라 한 가지 색으로만 되어 있다. 바둑판을 대할 뿐 맹기바둑과 비숫하다. 사석바둑은 사석으로 집어낸 돌의 무게로 승부를 결정한다. 많이 잡는 게 아니라 정확하게 무게를 맞추어야 하는 것 같다.

 

귀수가 마지막 대국에서 승리하고 난 뒤 바둑판을 보면 흑돌이 '죽을 사(死)'자 형상을 하고 있다. 이 정도가 되면 신의 경지에 들어갔다고 해야 하나, 만화 같으면서 소름 끼치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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