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로, 일본계 미국인인 미키 데자키 감독 작품이다. 작년 여름에 개봉했으나, 신년 특집으로 SBS TV에서 어제 저녁에 방송되었다.
위안부 문제는 한일 갈등의 최전선에 있는 이슈다. '주전장'은 양측을 대변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문제의 본질에 객관적으로 접근한다. 일본 우익의 주장은 보도를 통해 대체로 알고 있다. 그런데 보통의 일본 사람들은 위안부라는 말 자체를 대부분 모른다. 군국주의 시대의 부끄러운 역사를 은폐하고 숨기기 때문이다. 두 나라 국민의 갈등의 골이 깊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하나, 위안부를 바라보는 일본 우익의 주장이 이영훈 등이 쓴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에서 본 내용과 똑같아서 놀라웠다. 군복을 입고 일장기를 들고 행진하는 모습에서 태극기 부대 집회에서 보이는 우리나라 우익이 떠올랐다. 시대의 흐름에 대한 반발인지 몰라도 세계는 민족주의 또는 우경화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위안부에 대한 저들의 공통되는 주장은 이렇다.
1, 위안부 모집에 일본 정부나 군대의 강제는 없었다.
2, 위안부는 돈 벌기 위한 자발적인 매춘부다.
3, 성 노예는 더구나 아니다. 그들은 자유롭게 행동했다.
4. 위안부 숫자 20만은 과장되었다.
그래서 위안부의 상징인 소녀상을 반대하고 모욕하는 행동도 서슴치 않는다. 과거를 청산하지 않고 바른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우리가 분노하는 것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일본의 몰염치와 이중성 때문이다. 아베 정권의 정책은 일본을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으로 보인다. 영화를 보면서 일본 우익의 망동이 쇠락해가는 일본의 발악처럼 느껴졌다.
영화 후반부에 '일본회의'라는 단체의 한 간부가 나온다. 그의 발언이 가관이다. 한국이 귀엽다면서 아예 나라 취급도 안 한다. 나중에 중국이 망하면 한국은 친일국가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한국과 중국을 열등한 나라나 민족으로 봐야만 직성이 풀리는가 보다. 한국과 중국이 일본을 추월하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것 또한 열등의식의 발로다. 그리고 자신은 다른 사람 책을 안 읽는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무식하면 용감한 법이다.
영화 제목인 '주전장(主戰場)'이 일본은 한국, 중국이나 위안부 문제로 싸울 일이 아니라 독버섯처럼 발호하는 우익 세력을 주전장으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의 향수에 젖을 일이 아니라, 인류 보편의 가치를 구현하는 행진에 동참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일본은 고립되면서 쇠락의 길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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