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술이 발달하고 생활 환경이 개선되면서 평균 수명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여성의 평균 수명은 거의 90세에 가깝다. 일본은 2007년에 이미 노인 인구가 21%를 넘어 초고령사회가 되었고, 우리나라는 2017년에 노인 인구 비율이 14.8%로 고령사회에 들어섰다. 일본이 겪는 문제를 우리 역시 뒤따르며 경험해야 한다.
노년과 죽음 문제를 다루는 책 두 권을 읽었다. <장수 지옥>과 <마지막 사진 한 장>이다. 옛날에는 장수가 축복이었고 노인이 존경을 받았다. 노인이 드물었던 시대의 이야기다. 오래 사는 대가는 쇠약, 고통, 질병에 시달리며 남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동반한 채 몇 년씩 버텨야 한다. '죽지 못해 산다'라는 말이 결코 노인의 엄살이 아니다.
<장수 지옥>은 제목이 쇼킹하다. 마쓰바라 준코라는 일본 작가가 썼다. 일본의 장수 노인들이 겪어야 하는 비참한 현실을 고발한 책이다. 이젠 오래 사는 게 두려운 시대가 되었다. 작가는 연명치료는 노인 학대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기계에 의지해서 생명만 연장하며 고통스럽게 인생의 마지막을 보내는 노인들이 부지기수다. 작가가 여러 요양원을 다니며 취재한 현장을 보면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진다.
죽음을 바라보는 작가의 관점은 파격적인 면이 있다. 고독사에 대해서도 이상적인 죽음이라고 평가한다. 우리는 독거노인이 고독사했다는 말을 들으면 무섭고 비참하다는 생각이 우선 든다. 그러나 고독사는 죽음의 공포를 의식하지 않고 생활하다가 홀연히 저 세상으로 떠날 수 있다. 굉장히 자연스러운 죽음이다. 게다가 쓰러져도 구급차를 부를 사람이 없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고 이 세상을 떠날 수 있다. 작가의 눈에는 차라리 고독사가 행복한 죽음으로 보였을 수 있다.
작가는 '좋은 죽음'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연명치료를 거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자신의 의사를 서류로 작성하고 가족에게 미리 밝혀두는 게 좋다. 그리고 평시에 죽음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기회를 만들고, 분명한 사생관을 갖추며, '지금'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책 말미에 소개한 참고문헌 제목이 작가의 주장을 대변한다.
<편히 죽고 싶다면 의료에 의지하지 마라>
<어차피 죽을 거라면 암이 좋다>
<생각대로 죽는 법>
<인간답게 죽는 법>
<아프지 않게 죽는 법>
<즐겁고 멋지게 늙어감을 축복한다>
<마지막 사진 한 장>은 독일의 사진작가와 저널리스트가 호스피스 병원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23인의 환자를 만난 기록이다. 환자마다 죽기 며칠 전 사진과 죽은 후의 사진이 흑백으로 실려 있다.
우리는 죽음을 애써 피한다. 언젠가는 죽을 걸 알면서도 죽음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죽어가는 사람을 직접 보는 일도 거의 없다. 그래서 책에 실린 죽은 이의 얼굴을 마주 보기가 쉽지 않다. 마음이 무거우면서 숙연해진다. 그런데 죽은 이의 얼굴은 의외로 평화롭다. 모든 걸 다 내려놓고 홀가분한 표정이다. 죽음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만큼 고통스럽거나 두렵지 않다고 많은 죽음을 지켜본 지은이는 말한다. 우리는 죽음보다도 죽음에 대한 잘못된 환상 때문에 두려워하는지 모른다.
<마지막 사진 한 장>은 제대로 읽지 못했다. 사람들의 사연이나 죽어가는 과정에 대한 묘사에 너무 마음이 무거웠기 때문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나오는 죽은 사람의 얼굴은 여전히 불편하다. 뽐내고 큰소리치지만 너나 나나, 모든 인간은 가련한 존재들이 아닌가. 내 죽음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지금'을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두 책을 접해 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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