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보리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어떤 사람이 십억이나 되는 가없는 세계에 일곱 가지 보배를 가득 채워 이 보배를 부처님께 공양 올린다면 이 사람은 이와 같은 인연으로 많은 복을 얻겠습니까?"
"그렇겠습니다, 행복하신 분이시여. 이 사람은 그와 같은 인연으로 참으로 많은 복을 얻겠습니다."
"수보리여, 만일 저 복과 덕이 참으로 '나'가 있는 복과 덕이라면 여래는 '복과 덕을 많이 받는다'라고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복과 덕은 결코 '나'가 있는 복과 덕이 아니기에 여래는 '복과 덕이 많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 금강경 19(법계와 하나 된 삶, 法界通化分)
도올 선생은 21세기 인류의 과제를 세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가 자연과 인간의 슬기로운 공존, 둘째가 모든 종교와 이념간의 배타의 해소, 셋째가 학문의 생활화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이 세 가지가 다시금 상기된다.
그중에서 제도 종교가 인간에게 끼친 해악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제도 종교는 거대한 기득권이 되어 버렸다. 이제는 종교를 제도나 교리라는 배타적 껍데기는 버리고, 종교 자체에 대해 말해야 한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바탕에서 출발하여 하나됨으로 나아가야 한다. 나의 긍정이 타의 부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 반대로 나의 부정을 통해 모든 존재의 긍정으로 발전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금강경>의 '나 없음'은 불교의 가르침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본다. 제도로서의 종교를 극복할 열쇠가 여기에 있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아집과 독선에서 벗어나는 새 시대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