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금강경[20]

샌. 2020. 5. 6. 11:11

"수보리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부처의 몸으로 부처를 볼 수 있겠습니까?"

"아닙니다, 행복하신 분이시여. 빛나는 부처님 몸만으로는 부처님을 뵐 수 없겠습니다. 여래께서 말씀하신 '부처님 몸'이란 '부처님 몸'이 아니라 '부처님 몸'이라고 이름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수보리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여래의 생김새로 여래를 볼 수 있겠습니까?"

"아닙니다, 행복하신 분이시여. 거룩한 여래의 생김새만으로는 여래를 뵐 수 없겠습니다. 여래께서 말씀하신 '여래의 생김새'란 '여래의 생김새'가 아니라 '여래의 생김새'라 이름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 금강경 20(몸도 여의고 생김새도 여의고, 離色離相分)

 

 

불교에서 불상이나 부처님 유골을 신성시하는 것은 오히려 깨달음의 길에 장애가 되지 않을까. 종교에서 거룩한 상징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겠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본질을 왜곡할 수가 있다. 온갖 허상에서 빠져나오라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라고 생각한다.

 

<금강경>과 가장 닮은 가르침이 불교 밖에서는 <도덕경>이 아닐까. 내 지식 범위 안에서는 그렇다. 둘 다 제일 강조하는 것이 '비움'이다. <금강경>에서 여러 차례 반복해 나오는 이 분(分)의 말씀은 자동으로 <도덕경>의 '名可名非常名'을 떠올린다. 정견(正見)에서 벗어나면 헛다리를 짚을 수밖에 없다.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않겠는가. 왜 이렇게 반복해서 강조하는지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면 능히 수긍이 된다. 고집스레 손가락만 붙잡은 채 헤매고 있으니 말이다.

 

'삶의나침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강경[22]  (0) 2020.06.01
금강경[21]  (0) 2020.05.22
금강경[19]  (0) 2020.04.22
금강경[18]  (0) 2020.04.12
금강경[17]  (0) 2020.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