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이집트 사자의 서

샌. 2020. 9. 12. 11:07

고대 이집트는 신의 나라라고 불릴 정도로 수천의 신이 있었다. 그중에서 태양신 '라'가 제일 유명하고, 다음으로는 사후세계를 관장하는 '시리스'다. 이집트인들은 육신의 부활을 믿었기에 미라를 만들고 오시리스를 경배했다.

 

오시리스 신화는 드라마틱하기에 잠깐 소개하면, 오시리스에게는 동생인 세트(악의 신)가 있고 부인은 이시스다. 세트의 부인은 네프티스인데 이시스와 네프티스는 자매 사이다. 세트는 이시스를 좋아하고, 네프티스는 오시리스를 좋아한다. 여기서 갈등과 투쟁이 벌어진다. 결국 세트는 오시리스를 죽이고 시신을 나일강에 버린다. 이시스는 우여곡절 끝에 시신을 찾아내 부활시키고, 오시리스는 지하를 다스리는 신이 되었다.

 

BC 20세기부터 시작된 오시리스 축제는 이런 과정을 재현한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런 오시리스의 수난과 살해, 부활, 영생의 드라마가 유대교에 영향을 주었다는 점이다. 아마 후에 예수의 수난, 부활과도 어떤 연관이 있지 않나 싶다. 

 

이집트인들의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은 이렇다. 사자(死者)는 지하세계의 여러 관문을 통과하고 오시리스 법정에 서서 심판을 받는다. 여러 절차 중 하나에 심장을 떼어내 저울에 다는 과정이 있다. 사자의 심장은 양심을 상징한다. 이때 심장 무게가 진리를 상징하는 깃털과 수평을 이루면 무죄를 선고받는다. 만약 수평을 이루지 않고 가볍거나 무거우면 괴물에 의해 잡아먹힌다.

 

사자가 이 과정을 통과하면 오시리스 앞에 나아가 내세의 천국에 살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한다. 행복한 영혼은 라의 배에 승선해서 마지막 난관을 극복하고 하계에서 빠져나와 빛의 나라에 들어간다. 이곳은 불멸의 태양이 빛나고 백화가 만발하며 싸우지도 아프지도 않는, 태양신 라가 지배하는 천국이다.

 

<이집트 사자의 서>는 사자가 천국으로 가는 과정에서 부딪치는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주문으로 되어 있다. 원제는 '키탑 알 마이이트'로 '죽은 자가 반드시 몸에 지녀야 하는 책'이란 뜻이다. 이집트인들은 사자의 무덤이나 관에 이 책의 글귀를 넣어 주었다.

 

<이집트 사자의 서>는 <티벳 사자의 서>처럼 한 사람이 쓴 완결된 문헌이 아니다. 무덤에서 발굴된 여러 파편을 편집한 책이다. 작성된 시기도 큰 차이가 난다. 둘을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어쨌든 사자의 사후세계 여행을 돕는다는 목적은 같다.

 

이 책에 나오는 신의 이름이나 지명이 너무 복잡해서 읽기가 쉽지 않다. 나도 정독하지는 못했고, 중복되는 내용은 건너뛰며 읽었다. 주문(呪文)으로만 되어 있어 단조롭기도 하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죽음을 어떻게 상상했고,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았는지 유추할 수 있는 좋은 자료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집트 사자의 서>와 <티벳 사자의 서>를 통해 두 세계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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