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다읽(5) - 조화로운 삶

샌. 2020. 9. 20. 10:52

내 밤골 생활의 모델이 되었던 책이다. 헬렌 니어링과 스코트 니어링 부부는 1932년에 뉴욕을 떠나 버몬트 산골에서 20년 동안 현대 문명을 벗어난 대안적 삶을 살았다. 이 책 <조화로운 삶(Living the Good Life)>은 그들의 꿈과 이상을 실천해 나간 삶에 대한 성실한 기록이다.

 

단순함, 고요한 생활, 가치 있는 일, 조화로움이 그들이 추구한 삶의 기본 가치였다. 화폐에 의존하지 않는 자급자족의 삶을 도시에서 이룰 수 없다는 것은 자명했고, 해답은 자연 속에서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버려진 농장에서 새로운 삶을 실험했고, 생각과 생활이 일치하는 조화로운 삶을 살았다.

 

두 사람은 조화로운 삶을 살기 위한 원칙을 세운다.

 

- 먹고 사는 데 필요한 것들은 적어도 절반 넘게 자급자족한다.

- 스스로 땀 흘려 집을 짓고, 땅을 일구어 양식을 장만한다.

- 한 해를 살기에 충분할 만큼 노동을 하고 양식을 모았다면, 돈 버는 일을 하지 않는다.

- 되도록 다른 사람과 힘을 합쳐 일을 해낸다.

- 집짐승을 기르지 않으며, 고기를 먹지 않는다.

 

그들이 고된 노동에만 매달린 것은 아니었다. 생활이 안정된 뒤에는 하루에 4시간 일하고, 4시간은 자유시간을 즐기는 것이 가능했다. 삶의 성공은 개인의 건강과 행복에 달려 있고, '삶에서 만족감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기준이었다.

 

단순하고 깨끗한 생활 방식을 지키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의 문제다. 두 사람의 식사를 보면 수도자의 삶과 같은 경건함이 느껴진다. 아침은 과일, 점심은 수프, 저녁은 야채와 샐러드가 중심인 채식주의를 실천했다. 채소와 과일을 먹되 자연에서 난 것을 있는 그대로, 밭의 싱싱함을 느끼며, 한 끼 식사에 한두 가지만을 먹었다. 이렇게 먹는 버릇으로 다른 생명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며,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조화로운 삶이란 이론과 실천, 생각과 행동이 하나가 되는 삶이다. 두 사람의 삶은 비뚤어진 세상에서도 바로 살 수 있다는 본보기를 보여 주었다. 중요한 것은 삶을 바라보는 관점과 의지가 아니겠는가. 내적으로 단단해지고 치밀한 계획이 뒷받침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번에 이 책을 다시 읽으며 나는 내 허술했던 밤골 생활을 되돌아본다. 성공이나 실패를 떠나 이분들의 삶을 닮으려 했다는 것만도 영광스러운 경험이었다.

 

내 책장에 있는 책은 류시화 선생이 번역한 2000년에 보리 출판사에서 나온 초판본이다, 2002년에 다시 읽었다고 책 뒤에 적혀 있는 걸 보니, 이번에 세 번째로 읽은 셈이다.

 

 

'읽고본느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예수입니다  (0) 2020.10.13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0) 2020.10.03
이집트 사자의 서  (0) 2020.09.12
다읽(4) - 유쾌한 행복론  (0) 2020.09.07
팩트풀니스  (0) 2020.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