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팩트풀니스

샌. 2020. 9. 2. 10:48

'팩트풀니스(Factfulness)'는 글쓴이가 만든 말로 '사실충실성'쯤으로 번역이 되겠다. 우리는 '사실'이 아니라 '느낌'과 '선입견'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세계를 왜곡하며 오해하고 있다. 그런 무지의 증거로 책 첫머리에 세계의 현실에 대한 13개의 삼지선다형 질문이 나온다. 나는 고작 4개밖에 못 맞추었는데,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통계학자인 한스 로슬링이 쓴 <팩트풀니스>는 사실(Fact)에 근거한 세계관을 갖도록 다방면의 데이터를 사해 우리의 오해를 풀어준다. 우리는 많이 아는 것 같지만 제대로 된 지식은 갖고 있지 않다.

 

사람들은 대체로 세상을 비관적으로 본다. 제일 큰 이유는 언론의 영향 탓이 아닌가 싶다. 폭력, 살인, 전쟁, 테러 등 자극적인 내용이 주된 뉴스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좋은 소식 10개와 나쁜 소식 1개가 있으면 보도에는 나쁜 소식이 메인으로 오른다.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을 갖도록 하는 환경에 우리는 노출되어 있다. 언론에 의지해 세계를 본다면 극히 일부분만 보면서 세계를 이해하려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책의 부제가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다. 진화상의 이유겠지만 우리는 본능적으로 세상을 오해할 수 있는 요인을 가지고 있다. 글쓴이는 열 가지로 정리했다. 간극 본능, 부정 본능, 직선 본능, 공포 본능, 크기 본능, 일반화 본능, 운명 본능, 단일 관점 본능, 비난 본능, 다급함 본능이다.

 

이 중에서 단일 관점 본능을 보면, 우리는 단순한 생각에 끌리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는 무언가를 이해한다는 느낌을 즐긴다. 단일한 원인, 단일한 해결책은 간단해서 좋지만 세상은 단순하지 않다. 예를 들어 자유 시장이라는 단순하고 멋진 개념은 모든 문제가 정부 개입이라는 원인에서 비롯하니 언제나 정부 개입을 반대해야 하며,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폐지해 시장의 힘을 자유롭게 풀어주자고 한다. 반대로 평등이라는 개념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도 있다.

 

특정한 이념에 사로잡힐수록 단일 관점 본능에 집착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빠져나오려면 내 생각에 허점이 없는지 꾸준히 점검해야 한다. 내 한계를 의식하고, 내 생각과 맞지 않는 새로운 정보에 호기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나와 생각이 같은 사람하고만 이야기하거나, 내 생각과 일치하는 사례만 수집하기보다 내게 반박하는 사람이나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을 만나고, 나와 다른 그들의 생각을 오히려 세상을 이해하는 훌륭한 자원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에게도 절실히 해당하는 말이다.

 

또 비난 본능이 있다. 비난 본능은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중요성을 과장한다. 잘못한 쪽을 찾아내려는 이 본능은 진실을 찾아내려는 능력, 사실에 근거해 세상을 이해하려는 능력을 방해한다. 비난 대상에 집중하느라 정말 주목해야 할 곳에 주목하지 못한다. 누군가를 손가락질하는 지극히 단순한 해법에 갇히면 진실을 볼 수 없다. 세계를 정말로 바꾸고 싶다면 세계를 이해해야지 비난 본능에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문제가 터지면 희생양부터 찾고 분풀이를 한다. 작금의 우리 현실에도 적용되는 충고다.

 

<팩트풀니스>는 초지일관 팩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람들은 팩트를 떠나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세상을 오해하는 원인이다. 팩트로 세상을 볼 때 세상은 점점 나아지고 있다. 소득, 건강, 수명, 교육, 문명의 혜택 등 이 책에는 데이터 중심의 증거가 가득하다. 우리는 색안경을 벗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글쓴이가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만 제시한 건 아닌지 살짝 의심이 들기도 한다. 특히 환경 분야에서 그렇다. 팩트를 중시하는 글쓴이는 앞으로 우리가 '정말로' 걱정해야 할 세계적 위험으로 다섯 가지를 든다.

 

1. 세계적 유행병

2. 금융 위기

3. 제3차 세계대전

4. 기후변화

5. 극도의 빈곤

 

세계적 유행병은 이 책이 나온 뒤에 바로 현실화하였다. 코로나19 뒤에 또 무엇이 나타날지 모른다. 대규모 유행병은 경제 위기가 연관되어 있다. 낙관론자답게 글쓴이는 인류가 지혜롭게 이런 난관을 헤쳐나갈 것이라 본다. 시절이 하수상한 때에 이 책으로 작은 위안을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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