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수입니다

도올 김용옥 선생의 예수전이다. 도올 선생은 마가복음에 기반한 있는 그대로의 예수 알기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네 복음서 중에서 그나마 마가복음이 예수의 원형을 제일 잘 간직하고 있다. 마가복음이 가장 먼저 성립한 복음서이면서 다른 복음서의 원형이기 때문이다. 마가복음을 마가복음으로, 있는 그대로 읽자는 것이 도올 선생의 주장이다.

교회에 다닐 때 마가복음에 대해서는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다. 다른 복음서의 축쇄본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가복음이야말로 오리지널한 예수의 모습이 담긴 복음서라는 사실을 이번에 새롭게 발견했다. 선생은 이전에 <도올의 마가복음 강해>를 펴냈다. <나는 예수입니다>와 상통하면서 서로 보완하는 내용으로 알고 있다. 이 책도 곧 사서 읽어볼 예정이다.

도올의 예수는 갈릴리 지평에서 민중에게 하나님 나라를 선포한 고독한 '사람의 아들'이었다. 제자들은 끝까지 예수 운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예수의 공적 생애는 갈릴리와 예루살렘으로 나뉜다. 가난하고 핍박받는 민중의 편에 선 예수는 예루살렘의 종교 기득권자들에게 저항할 수밖에 없었다. 변모산 사건 이후 예수는 강렬한 영적 충동을 받았던 듯하다.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예수의 마지막 절규에 예수 생애의 비밀이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마가복음을 하나의 드라마로 이해한다면 우리는 훨씬 더 흥미진진하게 복음서를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도올 선생의 <나는 예수입니다>가 그런 전범을 보여준다. 마가복음을 있는 그대로 읽을 때 신격화하고 교리 속에 갇힌 예수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기성 교회가 가르치는 예수가 아닌, 복음서를 통해 내가 발견해 내는 예수가 중요한 건 물론이다. 그런 면에서 기존의 선입견을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마가복음을 읽을 필요를 느낀다.

예수는 누구인가? 교회에 다닐 때 이 의문에서 한시도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다고 교회에서 가르쳐주는 예수는 내 영적 갈망을 채워주지 않았다. 기독교는 변해야 한다. 맹목적인 신앙 대신 생각하는 신자가 되어야 한다. 자신만의 예수전을 쓸 수 있는 신자가 많아져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예수입니다>는 예수가 누구인가에 대한 어렴풋한 실마리를 제공해 주는 책이다. 어떻게 복음서를 읽어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해 주지만, 길은 각자가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