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소셜 딜레마

샌. 2020. 10. 17. 13:06

넷플릭스에서 본 다큐멘터리다.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들이 나와 SNS의 실상과 폐해를 알려준다. 어렴풋이 알고 있던 것들이지만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는 걸 깨닫게 해 준 내용이었다.

 

내가 유튜브를 보게 된 건 몇 달 전부터다. 도올의 강의를 듣기 위해서였는데, 세상의 모든 정보가 이 플랫폼에 영상으로 올라와 있는 걸 보고 놀랐다. 포털보다는 유튜브에서 검색하는 게 훨씬 더 재미있다는 걸 알았다. 이제는 유튜브를 열면 내 성향에 맞거나 내가 흥미를 느끼는 분야를 제가 알아서 보여준다. 신기하기도 하지만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화문에 태극기를 들고나오는 사람은 어떤 뇌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반대로 그들은 문재인을 나라를 망치는 빨갱이라고 한다. 왜 이런 극단적인 정치적 분극화 현상이 일어났는지는 유튜브의 유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본다. 각자 유튜브를 보지만 서로 다른 정보와 세상을 접하고 있다. 편견은 강화되고 고정관념으로 굳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다른 쪽 정보는 아예 가려져 있어 자기가 보는 화면이 세상의 전부인 것으로 착각한다.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추천 알고리즘의 포로가 된 것이다.

 

IT 기술은 매 순간 우리의 삶을 감시하고 추적하며 관리한다. 데이터로 우리의 마음까지 읽어내고 우리의 행동을 예측한다. 그러자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클릭 수를 늘려야 한다. "IT 기술은 인간을 훈련하고 길들이고 있다. 우리가 불편하고 외롭거나 두려울 때 디지털 젖꼭지를 찾도록 만든다." 소셜 미디어와 마약은 닮았다. SNS에 빠진 인간은 광고만 보는 좀비가 되면서 말초적인 보상을 받는다.  

 

소셜 미디어 입장에서는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게 곧 돈이다. 클릭을 많이 하도록 이끌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기호를 알아야 하고, 거짓 정보에 편향된 시스템일수록 회사에는 더 이익이다. 이런 선동 플랫폼이 사람들을 조종하고,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며, 민주주의를 붕괴시킨다. 혼돈, 분노, 무례, 불신, 외로움, 소외, 분극화, 파퓰리즘, 민의 조작 등이 IT 기술의 부정적 측면이다. 이런 시스템이 규제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여러 나라에서 내전이 일어나고 문명이 파괴될 것이라고 예언하는 전문가도 있다.

 

소셜 미디어는 도구가 아니다. 도구란 인간이 사용하지 않을 때는 가만히 있지만, SNS는 우리에게 무언가를 요구하고 유혹한다. 기술이 우리를 조종하는 사회로 이미 진입했다. AI는 인간의 올바른 삶에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클릭 수를 늘리기 위해 인간 심리를 이용할 뿐이다. 소셜 미디어 회사는 사용자의 사용 시간을 늘리면서 광고를 통해 돈을 많이 버는 게 목적이다. 어쩌면 SNS는 인간이 선물로 거래되는 시장이라 할 수 있다.

 

이런 SNS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국가적으로는 SNS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기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 데이터 세금을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다. 개인적으로는 SNS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알림 설정을 끄고, 유튜브의 추천 영상은 보지 않아야 한다. 가능하면 나와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과 대화하고 영상을 보도록 노력해야 한다. 팩트를 확인해서 가짜 뉴스에 휘둘리지 않는 지혜도 필요하다.

 

이 '소셜 딜레마'에 나오는 모든  IT 전문가들이 자기 자녀들에게는 SNS를 못 쓰게 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대개 허용하는데, 그것도 침실에서는 모든 전자기기를 제거하고, 하루 사용 시간도 자녀와 타협해서 적정선에서 결정했다. 우리도 참고할 만하다.

 

가능하면 SNS를 지우고 시스템에서 탈출해서 바깥세상을 직접 경험하라고 '소셜 딜레마'는 권고한다. 하늘은 푸르고, 세상은 아름답기 때문이다. 나는 유튜브에 접속하는 시간을 줄여야겠다. 심심풀이로 들어가서 이리저리 돌아다니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내가 경험한 SNS 세상은 집단 지성이 모인 곳이기보다 값싼 소식을 전하는 선동가들이 우글거리는 곳이다.

 

알게 모르게 AI는 이미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인간은 시스템 통제력을 차차 잃어가고 있다. 미래는 어떤 세상이 될까?

 

"유토피아가 될지, 모두가 사라지게 되는 디스토피아가 될지는, 최후의 순간까지 알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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