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베란다에서 말리는 시래기

샌. 2020. 11. 15. 15:13

 

텃밭에서 시래기를 거둬와 베란다에서 말리고 있다. 양구의 펀치볼 시래기 씨앗을 8월쯤에 뿌렸으니 두 달여 만에 거둔 셈이다. 사 먹으면 편리하다는 걸 잘 알지만, 그래도 재미로 심어 본 것이다. 양도 얼마 되지 않아 모자라는 것은 어차피 사서 먹어야 한다.

 

옛날 시골에서는 잘라낸 무청을 새끼줄로 엮어 처마 밑에 달아매서 시래기를 만들었다. 푸짐하고 큼지막했는데 이번 경우는 시래기용 무우 품종이라 그런지 크기가 훨씬 작다. 대신 질기지는 않을 것 같다. 어쨌든 직접 가꾸어서 만들어 본다는 데 의미를 둔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말라가는 시래기를 바라보면서 잠시 공상의 나래를 편다. 텃밭이 가까이 있는 마당 넓은 시골집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상상이다. 말을 삼갈 뿐이지 그건 아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걸 서로가 잘 안다. 우리는 편리한 아파트 생활에 너무 길들여졌으며, 뛰쳐나갈 힘이나 의욕도 이젠 함량 미달이기 때문이다. 이 시래기는 인간의 경작 본능을 일부나마 충족시키려는 가여운 몸짓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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