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어가서 그런지 해 지는 풍경에 자꾸 끌린다. 이번에는 서해 영종도로 나갔다. 을왕리에서 일주일 만에 다시 처제 부부와 만났다.
서쪽 바다 끝에 짙은 구름이 끼어 있어 해는 연붉은 색깔을 잠시 보여주다가 구름 뒤로 숨어버렸다. 선녀바위 뒤에서 ND 필터를 끼고 30초 노출로 찍어본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노을을 보기 전에 선녀바위와 을왕리해수욕장을 연결하는 산책로를 걸었다. 바닷길과 산길이 적당히 어울려 있는데 새로 만든 길이라 산뜻했다.
새로 설치한 출렁다리인데 코로나 때문인지 출입은 막고 있다.
산책로에서는 멀리 을왕리해수욕장이 보인다. 25년 전에 천문반 아이들을 데리고 별 보러 이곳까지 왔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캠핑 장비에 무거운 망원경 두 개를 들고, 버스-전철-버스-배-버스를 타고 여기까지 찾아왔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저 좋아서 한, 그런 열정의 시절도 있었다.
밀물이라 바닷물이 길을 막아서 되돌아 갈 수밖에 없었다. 길을 만들면서 이런 작은 것에는 왜 신경을 쓰지 않았을까.
바닷가를 따라 난 나무 데크 산책로.
을왕리로 오면서 미리 영종진공원에 들렀다. 영종진(永宗鎭)은 해상 통로의 중심인 강화도를 방어하기 위해 설치한 것으로, 1875년의 운양호 사건의 무대가 된 곳이다. 일본군은 강화도와 함께 영종진을 포격하고 육전대가 상륙해 성내 마을을 불태우고 약탈을 자행했다. 이때 영종진 병사 35명이 전사했다. 운양호 사건은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기 위한 전초전으로 강화도조약의 빌미가 된 사건이다. 현재는 성벽 일부가 복원되어 있다.
영종진공원 옆에 구읍뱃터가 있다. 월미도를 왕래하는 카페리가 대기 중인데 코로나 영향 탓인지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얼마 전에 육지와 영종도를 연결하는 제3연륙교 착공식이 있었는데, 구읍뱃터와 인천 청라지구를 연결한다. 지금 구읍뱃터 주변에는 호텔이나 상가 건물이 많이 세워지고 있는데, 다리가 만들어지면 앞으로 이곳이 꽤 발전할 것 같다.
밖에 나가보니 조용한 데는 사람이 너무 없고, 북적이는 데는 사람이 너무 많다. 영종진공원에서는 사람 만나기가 어려웠지만, 을왕리해수욕장은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로 만원이었다. 코로나 시대에는 장소 선택을 잘하는 것도 서로를 위해 좋을 것 같다.
처제 부부와 만났지만 바닷길을 산책하고 저녁노을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식당 출입은 삼가고, 간단한 요깃거리를 준비해서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했다. 코로나 시대지만 가끔은 바깥 바람을 쐐야겠고, 그저 조심할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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