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우리는 모두 외계인이다

샌. 2021. 2. 19. 18:27

'외계 생명체를 찾아 떠나는 과학 여행'이라는 부제대로 외계 생명체를 탐색하는 과학계의 현황과 전망을 다룬 책이다. 이 책을 쓴 제프리 베넷은 생물물리학과 천체물리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이 분야의 적임자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철저히 과학적인 관점에서 외계 생명체에 관한 여러 논쟁을 다루고 있다. 책의 내용은 고등학생만 되어도 충분히 이해할 정도로 평이하면서 흥미진진하게 쓰여 있다.

 

태양계에서는 미생물 형태의 생명체가 곧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 첫째 후보는 화성이고, 그다음으로 목성이나 토성의 위성에서 우리는 지구 밖 생명체를 볼 지 모른다. 지구에서도 극한 환경에서 생존하는 미생물이 있으며, 지구의 첫 생명체도 심해 분화구 부근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다른 행성이나 위성에서 생명체를 찾는다면 생명의 발생이 우주에서 보편적 현상임을 증명해 줄 것이다.  

 

외계 생명체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은 매우 긍정적이다. 아직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우주에서 생명이 발생하는 것은 통상의 과정으로 보인다. 생명의 기초 단계에서 동물로 진화할 확률은 크지 않을 것 같지만, 동물에서 지능이 높은 생명체로 올라가는 것은 필연으로 보고 있다. 우주에 있는 무수한 별과 행성을 고려할 때 외계 지적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외계는 생명체로 가득할 가능성이 크며, 우리와 유사한 생명체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당위성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은하에는 우리보다 앞선 수천 개 또는 수만 개의 문명이 존재해야 한다. 그런데 우주에는 우리 혼자만 있는 것 같다. '모두 어디에 있는가?'라는 페르미의 역설이 등장한다. 여기에 대한 대답 중 하나가, 문명은 흔하게 존재하지만 아직 항성 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문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기술을 갖추기 전에 스스로 멸망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역시 예외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우주에서 지적 문명이 살아남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려준다.

 

또 다른 대답은 문명이 존재하지만 너무나 멀리 있어 발견할 수가 없는 경우다. 아직은 우리가 그들을 발견할 능력이 부족하다. 그들의 기술이 너무나 앞서 있어 우리가 그들의 존재를 파악하지 못한다. 우리는 우리은하에서 수백만 년에서 수십억 년 동안 존재해온 문명들 중 가장 최근에 나타난 문명이다. 우리가 사춘기 문명을 극복하고 성장한다면 그들과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현 시대를 다른 문명과 조우하기 직전의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 잘하면 우리나 다음 세대에서 경천동지 할 뉴스가 전해질 지 모른다. 또한 이 시대는 파멸이냐 성장이냐로 나누어지는 전환점이기도 하다. 선택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 저자는 지구 온난화 현상을 걱정하며 여러 가지 데이터로 그 심각성을 강조한다. 금성이 초열지옥으로 변한 건 이산화탄소에 의한 온실효과 때문이었다.

 

저자가 '우주 중심 증후군'이라 이름 붙인 편협한 사고 방식도 위험하다. 갈등과 반목, 전쟁은 내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오만한 생각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좁은 지구에 갇혀 우주적 시각을 잃어버렸다. 책의 제목이 '우리는 모두 외계인이다'라고 한 것도 나, 인간, 지구 중심에서 벗어나자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곳곳에서 끔찍한 음모를 꾸며대고 광대한 바다를 정복하겠다며 전쟁이 끊이지 않는 지구는 얼마나 초라한 모습일지, 저 너머의 천체들은 또 얼마나 광대한지. 세상의 모든 왕과 왕비들은 반성하라. 그대들은 한낱 점에 불과한, 이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작은 한 귀퉁이의 주인이 되겠다고 그토록 많은 생명을 희생시켰단 말인가." 이것은 크리스티안 하위헌스의 말이다. 우리는 지구를 너무 위험하게 다루고 있다. 잘못하다가는 사춘기를 벗어나지도 못하고 자멸할지 모른다.

 

<우리는 모두 외계인이다>는 우주를 향해 꿈을 키우는 청소년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지금 초등학교 교문을 나서는 아이들 중에는 화성에 가서 살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주 탐사는 낭비가 아니라 인류가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이다.

 

"나는 이 우주가 생명체로 가득할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보다 앞선 문명도 있을 것이고, 우리가 현재의 시험을 성공적으로 치러낸다면 우리도 언젠가 은하 문명의 일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믿으면서도 동시에 확신하지는 못한다. 우주의 다른 어딘가에 정말로 지적 생명체가 존재하는지 나는 알 수 없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혹은 내가 희망하는 것은 우리의 선택과 우리가 찾고 있는 방향을 통해서 적어도 우주의 한 곳에서는 지적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바로 이 지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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