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새를 기다리는 사람

샌. 2021. 3. 8. 11:42

새를 사랑하는 김재환 화가의 이태 동안의 탐조 일기다. 책은 사진 대신 화가가 직접 그린 그림으로 되어 있다. 같은 대상이지만 사진보다 그림은 훨씬 더 감성적이고 따스하다. 그래선지 새와 자연을 아끼는 화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온다.

 

올해 들어 경안천에서 황새를 보면서부터 새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새를 관찰하고 기록하는지도 궁금해졌다. 책 제목처럼 새를 보는 데는 무엇보다 기다림의 인내가 필요한 것 같다. 어떤 경우에는 종일 같은 장소를 지키기도 한다. 마치 낚시를 하듯 느긋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새를 관찰하는 데도 해당하지 않을까 싶다.

 

<새를 기다리는 사람>은 새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한 책이다. 되도록이면 새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애쓰는 마음이 느껴져서 좋다. 대상이 꽃이든 새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카메라나 화구를 들 준비가 안 된 사람이다. 화가의 어느 날의 기록이다.

 

"텐트 속은 오롯이 나만의 세상이다. 카메라나 망원경을 얹어둘 삼각대를 세워놓고 조그마한 낚시 의자에 쪼그려 앉으면 꽉 차버리는 좁은 공간이지만 마음은 편안해진다. 텐트의 앞쪽 지퍼만 살짝 내리고 밖을 바라보고 있으면 갯벌과 새, 그리고 나만 존재하는 느낌이랄까. 눈은 바깥에 둔 채로 머릿속은 상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자유로워진다. 어떤 재료로 눈 앞의 풍경을 그리면 좋을지, 도요새가 되어 군무 비행을 한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들."

 

화가가 자주 찾는 장소는 시화호, 천수만, 팔당, 양수리, 매향리, 아야진 등이다. 곳에 따라 볼 수 있는 새의 종류가 다르다. 제대로 보자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탐조 전문가를 따라다니며 배우는 게 제일 빠르겠지만 혼자서 하나하나 익히는 것도 속도는 느리지만 의미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얻는 깨우침에서 훨씬 더 큰 기쁨을 누릴 수 있으리라.

 

기획자의 후기에는 새의 입을 빌린 이런 말이 적혀 있다.

 

"우리는 다만 살아갈 뿐이예요. 누구의 삶을 동경하지도 침범하지도 않아요. 하늘은 가없이 높고 따뜻한 햇살과 흐르는 바람은 언제나 넉넉하니까요. 지구의 온갖 생명이 나누어 쓸 만큼 늘 충분하죠. 당신은 이 아름다운 별에서 태어났으니 이 자연을 누릴 권리가 있어요. 우리가 가진 권리의 크기와 똑같아요. 당신은 이곳에서 당신의 평화를 지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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