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한 지 벌써 2년 반이나 지난 영화다. 그때 지인한테서 재미있는 영화라고 추천받았는데 극장에 가지는 못했고, 느지막이 넷플릭스를 통해 봤다.
고향 친구 넷이 부부동반으로 집들이 모임을 갖는다. 한 사람의 제안으로 각자의 휴대폰을 테이블 중앙에 내놓고 연락 오는 내용을 모두 공개하기로 한다. 서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너나 할 것 없이 감추고 싶은 비밀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믿을 놈 하나 없다'는 걸 현장에서 확인하면서 서로의 관계는 파탄 나기 시작한다.
인간은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고 응큼하다. 만약 속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낸다면 대부분의 인간 관계는 파국을 맞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가면을 쓰고 산다. '완벽한 타인'은 그런 인간의 본질을 코믹하게 잘 드러내 주는 영화다.
흔히 부부를 일심동체(一心同體)라고 한다. 옛날에는 주례사에서 잘 들었던 말이다. 솔직히 현실에서는 찾아볼 수 없고, 그러리라고 기대하는 바보도 없다. 오히려 이심이체(二心異體)에 가깝다. 그래야 정상이다. 서로가 완벽한 타인임을 인정하는 바탕에서 상대를 대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그래야 애착을 사랑으로 착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타인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30년지기 불알친구들이나 한 이불을 덮고 자는 부부라도 아는 것은 극히 일부일 뿐이다. 내 편견으로 보면서 다 아는 것처럼 오해한다. 그렇다고 알아야 사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이 아닐까. 우리는 누구에게나 완벽한 타인일 뿐이다.
"인간은 누구나 세 가지 삶을 산다. 공개적인 삶, 개인적인 삶, 비밀의 삶."
영화 끝에 나오는 자막이다. 인간은 보이는 모습만으로 판단하기에는 너무나 복잡 미묘하다. 이 블로그에서 보일 내 모습도 마찬가지다. 나를 공개적으로 드러내 보이는 행위는 허위와 왜곡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한다. 사실 내가 누구인지 나도 잘 모른다.
넷플릭스에는 '완벽한 타인'과 똑같은 '위험한 만찬'이라는 프랑스 영화도 있다. 둘 다 같은 원전을 썼다고 한다. 서로 비교하면서 보는 것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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