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지에 5kg이나 늘어난 난감한 몸을 일으켜 뒷산으로 향했다. 억지로라도 움직이지 않으면 그냥 몸이 망가질 것 같다. 지금도 거울 앞에 서면 배불뚝이 노인의 모습이 가관이다.
배낭도 카메라도 놓아둔 채 휴대폰 하나만 들고 오른다. 천천히 걸으니 호흡이 가쁘긴 하지만 그런대로 올라갈 만하다. 산은 어느새 녹색의 나뭇잎으로 풍성하다. 산바람이 시원한 걸 보니 벌써 여름이 가까워졌나 보다. 산에 드니 계절의 변화가 실감 난다. 자연에 둘러싸인 몸과 마음이 평온하다. 집에서 나오는 결단을 내리길 참 잘했다.
사람 없는 산길은 호젓하며 고요하다. 이런 길을 걸으면 잠시나마 마음도 그리 닮을 것이다. 산정 나무 의자에서 오래 쉬었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 한 점은 수시로 모양을 바꾸면서 남쪽으로 사라진다. 처음 들어보는 새소리가 가깝다. 고개 들고 아무리 살펴도 새는 보이지 않는다. 탐조용 소형 쌍안경을 하나 사야겠다고 생각한다.
집에 돌아오니 휴대폰에는 걸음수가 11,000보가 찍혔다. 시간은 두 시간 반이 걸렸다. 점심 때가 살짝 지났는데 적당한 허기감이 기분 좋았다. 느리게 샤워를 하고 식탁에 앉았다. 텃밭에서 뜯어온 상추가 입맛을 더 돋우었다. 몸무게를 생각하면 이래서는 안 되는데,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즐겨야 한다. Carpe Di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