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겨울바람 / 박근태

샌. 2022. 1. 1. 15:09

달가닥 달가닥
황소바람
춥다고
창문을 두드린다

달가닥 달가닥
방에 들어오려고
틈만 나면
빠끔빠끔 내려다본다

따뜻한 방에
잠시
쉬었다 가라고
커튼 걷고 창문을 열었다

조금 추웠지만
상쾌했다
새해 아침이다

- 겨울바람 / 박근태


새해 첫날이라고 뭐 별 다른 게 있겠는가. 카톡의 수신 표시만 유별나게 자주 눈에 뜨일 뿐이다. 창문을 여니 여느 아침처럼 냉기가 쏴 하고 몰려온다. 크게 심호흡을 한다. 일흔이 되어서 맞는 새해는 덤덤하다. 기대도 없고 다짐도 없다. 이 나이가 되면 세월의 속임수를 어느 정도 눈치채기 때문이다. 그러려니 하고 살아야 할 텐데 과연 말처럼 쉬울까. <도덕경>에 나오는 '날카로움을 무디게 하고 어지러움을 푼다[挫銳解粉]'는 구절을 떠올리며 음미해 본다. 나는 좀 더 무뎌질 필요가 있겠다. 그러면 자연스레 어지러움도 풀리지 않을까. 2022년 1월 1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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