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전도사’로 불리던 최윤희 씨가자살해서 충격을 주었다. 더구나 부부동반의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몸의 고통을 견디지 못해서 생을 마감한다는 유서를 남겼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죽음을 안타깝고도 착잡하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배신감을 토로하기도 했다.한 동료는 그럼 그동안 사기를 친 게 아니냐며 반문을 했다. 그러나 그녀의 선택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고 본다.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
나는 그녀를 잘 알지 못한다. 방송을 통해 강의를 몇 번 들은 적밖에 없다.스무 권이나 되는 책을 썼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전업주부에서 성공한 직장인으로, 그리고 행복론에 대한 스타강사로 변모한 그녀의 경력은 사람들의 부러움과 경탄을 샀다. 현란한 말솜씨와 거침없는 자기표현으로 그녀의 행복론은 인기를 끌었다. 그녀의 강의는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그러나 행복론이 정작 자신을 구원하지는 못했다. 행복을 말하는 것만큼 본인은 행복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유서에서 ‘능력에 비해서 너무 많은 일을 해서 배터리가 방전되고 몸에 이상이 왔다’고 썼다. 유명 인사들이 대부분 그러하지만 이곳저곳으로 불려 다니느라 정신없이 바빴을 것이다. 그녀는 상품화된 행복을 파는 장사꾼이 된 자신을 보았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대기업 사원들 교육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강사였다고 한다.
자본주의는 행복마저 상품으로 변질시키고 있다. 매스컴에서는 끊임없이 행복하라고 부추긴다. 행복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다. 그러나 행복보다는 자기완성이나 올바른 현실인식이 우선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현실만족보다는 현실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해야 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우선이다. 무엇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한다. 행복은 그 뒤에 얘기되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행복은 그저 천박한 자기만족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녀의 유서는 필체나 내용이 담담했다. 죽음을 여행이라고 표현했듯 이미 생사를 초월해 있는 듯 보였다. 의사의 얘기를 들어보니 그녀의 병명인 ‘홍반성 루푸스’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극심한 고통을 수반한다고 한다. 그녀는 700가지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홍반성 루푸스는 몸의 면역체계 이상으로 생기는데 더구나 완치가 어려운 병이라니..... 이런 상태라면 누구나 무너지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라도 자살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싶다. 항상 밝고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했던 분인데 너무나 안타깝다.
인간은 연약하고 가엽다. 언제 무슨 일이 닥칠지 알 수 없다. 거대한 운명의 수레바퀴는 인간을 무력화시킨다. 아내의 고통을 옆에서 지켜봐야 한 남편의 심정은 또 어땠을까 싶다.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함께 여행을 떠난 두 분의 결정을 우리가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그녀는 자신의 말대로 행복과 인간다운 품위를 찾아 적극적인 선택을 했는지도 모른다. 자살을 무조건 죄악시하는 견해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명제는 맞지만 어떤 극단적 상황에서는 단순한 생명의 연장만이 최선이 될 수는 없다. 현대의학도 환자의 통증 완화와 정신적 위안이라는 측면에 좀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두 분, 고통 없는 저 세상에서 안식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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