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탐욕의 세계를 바꾸자

샌. 2010. 11. 6. 09:14

G20 서울회의가 다음 주에 열린다. 사람들은 별 관심도 없는데 정부에서만 요란스레 나대는 것 같다. 그런 꼬라지가 꼭 장학사가 찾아온다고 한 날의 옛날 학교 풍경을 연상시킨다. 사실 손님맞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회의에서 다루는 의제 내용이다. 세계 흐름을 주도하는 주요국 지도자들 모임이기 때문에 무슨 내용을 의논하는지 당연히 국민에게 자세히 알려야 한다. 홍보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청소하고 쓰레기 줍는데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 한 시민이 포스터에 쥐를 그렸다고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제발 국격(國格)이라는 말이나 안 썼으면 좋겠다. 너무 호들갑을 떨면 국가 열등감으로밖에 안 보인다.


이번 서울회의의 의제는 환율, 글로벌 금융 안전망 구축, 국제금융기구 개편, 개도국 성장을 돕기 위한 계획 등 네 가지라고 한다. 그런데 의제를 정하는데 국민 의견을 물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앞으로 어떤 세상이 되면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의당 국민 의견도 물어보는 게 옳다. 자기들끼리 의제 정해놓고는 국민들한테는 그냥 굿이나 보란다. ‘지들끼리’ 노는 스무 나라라고 G20인가 보다.


인터넷에서 어느 분이 쓴 ‘G20, 나의 의제’라는 글을 보았다. 다소 과격하다. 이분 의견의 찬성, 반대를 떠나 우리도 G20에서 다루었으면 하는 의제에 대해 한 번쯤 목록을 작성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G20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저항하는 사람이 모이고 뭉쳐야 한다. 탐욕의 세계를 바꾸는 것은 풀뿌리의 질긴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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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나의 의제>

 

당신들을 어쩔 수 없이 환영한다.

당신들의 터무니없이 사치스런 만남도 용인한다.

당신들의 ‘세계화’와 ‘공동번영’이라는 기만적인 슬로건도 아프게 접수한다.


자, 당신들의 그 격조 있는 회의에 내놓는 어느 한 순박한 세계 시민의 가벼운 의제이다.

내가 그대들의 근엄한 회의장 주변에 비명을 지르지 않는 것을 고맙게 생각하면서 예정된 의제를 다루기 이전에 나의 의제들에 관해서 논의해주기 바란다. 참고로 당신들 전체 멤버들 중 개발도상국들은 나의 의제 가운데 과거 책임 부분에 대해서 상당한 면책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밝히지만, 그들이 저들과 똑같이 추구하고 있는 경제정책 등 욕망 가득한 도전 의지는 면책될 수 없음을 밝힌다.


‘세계화’ - 그것은 모든 인류의 소망이다.

지구상의 어떤 인간들도 소외되지 않고 평등하며 존귀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정말로 서로 그러길 바란다면, 그래서 모든 인류가 자연재해와 질병, 인간과 인간의 시스템에 의한 폭력과 문명 속의 사고로부터 안전해야 하고, 위생적이며 적절한 식사와 노동, 공평한 사회 보장 혜택을 누려야 한다. 최소한 이런 기본 전제는 공유해야 당신들의 요란한 만남과 논의는 세계인들로부터 의미를 부여받을 것이다. 또, 당신들 나라의 리더들과 지성들, 적어도 그들이 미개인이나 야만인들이 아니라면 이것은 절대로 부정할 수 없는 이 문명권의 당대 명제 아니겠는가.


탐욕과 이기심, 공포감과 비명 가득한 이 세계를 바꿔야 하지 않겠는가?


제 1 의제 / 전세계의 Visa 제도를 폐지하는 건.

자본이 누리는 국경 초월적 자유와 그 권리를 모든 시민들, 노동자와 소비자들에게 부여하라.


제 2 의제 / 전 산업의 동일 노동에 대해 전세계에서 동일 임금제를 적용하는 건.

적어도 그 결과 가치가 물질적으로 계량 가능한 생산에 투여된 동일 노동이라면 그에 종사한 어떤 노동력도 차별받아서는 안되지 않는가. (일단, 예술 영역은 논외로 하자. 가까이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분이 계시니까.)


제 3 의제 / 전세계 시민 모두에게 균등한 교육과 노동의 기회, 균등한 후생과 복지, 건강하고 안전한 삶의 조건을 마련하는 건.


제 4 의제 / 지구상의 모든 자원을 아끼며 모든 인류가 공유하는 것에 관한 건.

적어도 지구 착취와 파괴를 전제로 한 모든 개발 계획을 전면 취소하고 부당한 계약에 의한 약소국 자원의 지배와 그 독점 구조를 해소하라.


제 5 의제 / ‘공존 가능한 지구’를 위한 산업의 전면 개편과 ‘독점적 풍요의 포기와 선한 나눔’을 통한 윤리적 문명으로의 방향 전환하는 것에 관한 건.

개발국의 시민들은 전체 인류에게 가능한 정도 그 이상으로 이미 지나치게 풍요로우며, 인류는 지구 생태계 모든 종들에게 재앙의 진원지로서 전체 질서에 대한 파괴자이고 탐식자이다. 인류는 자신의 대지에 대한 더 이상의 파괴적 개발을 포기해도 모두 먹고 살 수 있을 만큼의 기술력을 충분히 확보했으며 자신들 일부 그룹의 사치, 탐욕과 독점을 포기한다면 전체 그룹이 안전하고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 만큼 생산력을 보유하고 있다. 생태계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지구상에서 재앙의 공포가 사라진 안전한 미래를 구상할 수 있을 것이다.


제 6 의제 / 이러한 선한 인류의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민주적인 세계 정부를 구성하는 건.

자본의 지배, 엘리트들(약은 자들, 또는 기회주의자, 이기주의자들)에 의한 지배, 개발국들과 그 독점 자본에 의한 강고한 세계 지배 체제를 극복해야 한다. 현재의 국가들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을 작은 공동체들이 나누어 가져야 하며, 그래서 향후 자신들의 삶에 대한 주체적인 권력을 가진 수 천 수 만 개의 자급공동체들과 단지 대의적 기구로서의 수 백 개의 국가 행정부들, 그 행정 연방으로서의 세계 정부를 구상해야 한다.


이것이 지난 두 세기 동안 당신들(20국 중 몇 개국 제외)이 추구해 온 시장 또는 지배 시스템 통합 확장 노선의 그나마 윤리적인 완성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인류에게 깊이 내재화된 야만성(물적 탐욕과 이기주의)을 극복하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의제가 현실성을 결여한 의제로 거부된다면, 또는 농담 같은 공상에 불과하다고 무시된다면(그럴 경우에 대비하여), 보다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는 다른 방향의 새로운 의제를 내놓는다.


제 1 의제 / 각국의 ‘보호 무역’을 강화하는 건.


제 2 의제 / 모든 국가의 경제 구조를 ‘우선적 자급자족의 내수 경제’ 체제로 전환하며, 그러기 위해 현재의 ‘국가 영역’도 필수 물자가 자급 가능한 최소한의 공동체들의 행정 연합체로 재구성하는 건.


제 3 의제 / 모든 지역의 ‘주식 또는 자본 시장, 금융 시장’을 폐지하고 금리 제도를 없애는 건.


제 4 의제 / 각 공동체는 각각의 공동체들이 건전하며 완전한 1차 산업의 복구를 위해 전력투구하는 것에 대하여 서로 돕는 것에 관한 건.


제 5 의제 / 전세계 모든 ‘광고’와 ‘무력 매커니즘’을 폐지하는 건.

산업화 이후 인간의 내면에 만들어진 보이지 않는 새로운 신체 기관(아직 이름이 없으니 임시로 ‘반사 소비용 유기체 칩’이라 하자)에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광고는 인간을 황폐화시키고 있으며, 어떤 인간 또는 특정 인류 집단이 우월적으로 보유, 과시하고 있는 가공할 인류 살상용 무력은 인간을 공포로서 위협하고 있다. 저 가공할 현대, 근대 문명의 두 악마를 축출하여야 한다.


제 6 의제 / 지난 4, 5세기 동안 제 3세계 국가들에 가한 문화 사회 경제적 침탈과 파괴에 대한 가해국들의 전면 보상 추진에 관한 건.

식민지, 노예, 자원 착취, 생태 및 공동체와 그 삶의 양식 파괴 등, 또 그를 통한 산업화와 그 결과로서 전유하고 있는 배타적 풍요, 이에 대한 윤리적 해결. 그에 추가하여 모든 인류 문화재의 생산지로의 송환 이전. 모든 문화재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역외로 반출되거나 거래될 수 없는 연고지 공동체의 연대와 결속을 강화시켜주는 특별한 자산이며 재생산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이러한 의제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결국 조만간 누군가에 의해 새로운 시민운동이 제안, 전개되게 될 것이다. 그들도 또한 이것들과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일 것이고, 아마도 더 오래전부터 더 깊이 고민하고 지금 여기의 의제나 구상들보다 더욱 참신하게 이 산업의 죄악과 문명의 모순에 정곡을 찌르는 프로그램들을 가지고 등장하게 될 것이다.

현 산업 시스템에 대한 불만과 그 피로감에 가득한 세계 시민을 대상으로 한 그들의 문명 전환 투쟁 구상 중에는 아마 다음과 같은 것들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구상 1 / 소비 축소

적어도 한 달간 고급 사치품과 백화점, 할인 마트 등에서의 대공장 생산품 불매. 시장과 동네 구멍가게에서의 최소한의 필수적 소비.


구상 2 / 광고 보이코트

적어도 3개월간 광고비 투입이 가장 많은 세계 100대, 국내 10대 기업 상품 집중 불매.


구상 3 / 대중 미디어 보이코트

산업 이데올로기 교육 수단으로서의 TV, 라디오 등 대중 미디어 보이코트. 인터넷을 통한 시민들의 능동적, 주도적 정보 교환.


구상 4 / 그 외 ‘1차 산업으로의 복귀 운동’ 등 포지티브 프로그램 구상과 가동


이상으로 꽤나 길어진 발제를 끝낸다.


작금의 우월적 지위의 인간 그룹이나 세계 산업 대중의 정서상, 나의 의제가 지나치게 원론적이고 현실성이 부족하며 과격하고 위험하며 터무니없고 무책임하다고 공박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의제의 진의는 이것들을 거부하는 그 어떤 궤변이나 철학들보다 분명히 윤리적이라는 사실은 결코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어느 누군가는 대기권 밖의 우주선 안에서 인간의 지구는 아름답다고 말한다. 나는 내 동네 뒷산에 올라서도 인간의 지구가 추악하다고 바라본다. 바라보는 대상체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그것의 외피나 표상만 보일 것이다. 반대로 늘 대상체의 안에서만 그것을 바라본다면 자신이 그것의 일부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관찰을 방해 받는다.


나는 산업문명의 비윤리성에 치를 떨고 그 열차에서 뛰어내린 사람이다. 내가 소속된 어느 집단의 정당성을 얼마간은 당위적으로 말해야 하는 괴로운 의무감으로부터 해방된 사람이다. 나는 인간 문명에 윤리성이 확보되길 바라고 모든 개인 동물로서의 인간들이 다른 동물들처럼 자신의 시스템과 그 문명의 지배 공포로부터 속히 해방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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