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나의 사적인 그림

샌. 2022. 5. 24. 10:03

사람한테는 공적인 생활과 사적인 생활이 있다. 공적인 생활은 드러나지만 사적인 생활은 숨어 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공적인 모습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왜곡할 뿐이다.

 

우지현 작가의 <나의 사적인 그림>은 작가의 속마음을 드러내는 책이다. 다른 책과 마찬가지로 글과 그림으로 되어 있지만, 글이 중심이지 그림이나 화가에 대한 설명은 많이 생략되어 있다. 하지만 글과 연관된 그림을 보는 재미는 여전히 쏠쏠하다. 작가가 소개하는 그림은 사탕처럼 달콤하고 봄 햇살처럼 화사하다.

 

이 책에서도 새로운 단어 하나를 알게 되었다.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인데 우리말로 하면 '황홀한 죄책감' 쯤 되겠다. 죄의식을 동반하지만 했을 때 즐거움을 주는 일로서,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 혼자만의 은밀한 즐거움, 달콤한 원수 같은 것들이다. 누구나 혼자만의 비밀인 길티 플래저가 있을 것이다. 지은이는 자신의 길티 플레저를 읽지도 않는 책 구매라고 밝힌다. 지은이도 공주과가 아닌지 살짝 의심이 들었다.

 

앞에 나왔던 <혼자 있기 좋은 방>에 비하면 훨씬 가볍게 볼 수 있는 수필 같은 책이다. 예쁜 그림들이 글의 분위기를 살려준다. 글 한 편을 옮겨 본다. '건강한 체념'이란 말이 좋아서.

 

 

건강한 체념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나름의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대로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나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한 체념도 중하다. 한 발짝 물러서기, 그냥 내버려 두기, 훌훌 털어버리기 같은 자세를 취해야 할 때가 있는 것이다. 너무 집중하면 보는 것만 보이고 너무 간절하면 이루어질 일도 안 이루어진다. 너무 무리하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고 너무 잘하려고 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지치지 않고 멀리 가기 위해서는 조금 거리를 두고 힘을 빼는 것, 이를테면 건강한 체념이 필요하다. 적당한 수용 없이 인간이 온전하기란 불가능하며, 때론 단념이야말로 삶의 유용한 지혜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건강한 체념이 인생을 아름답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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