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야생 속으로

샌. 2022. 6. 5. 10:02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촉망받던 한 청년이 대학을 졸업하는 날에 모든 것을 버리고 방랑의 길에 들어섰다. 그리고 알래스카의 야생으로 들어갔다가 한참 뒤에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이 청년은 크리스 맥캔들리스다.

 

몇 년 전 영화 '인투 더 와일드(Into The Wild)'를 통해 크리스를 알게 되었지만 이번에 <야생 속으로>를 읽으며 크리스가 한 행동의 이면을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확실히 영상보다는 활자가 논리적이면서 맥을 짚어내는 데는 더 뛰어난 것 같다. 다큐 작가인 크라카우어의 능력인지 모르지만.

 

책에는 크리스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의 의견도 소개한다. 무모한 이상주의자나 철부지 정도로 폄하하는 것 같다. 별 준비도 없이 알래스카의 거친 야생으로 들어가는 것은 자연에 대한 오만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크리스의 성장 과정과 문명을 바라보는 그의 가치관을 볼 때 크리스의 행동을 비난할 수는 없어 보인다. 삶에 대한 열정과 모험심은 그의 특질이었으며 그가 한 선택은 그때의 그로서는 최선이 아니었을까.

 

영화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크리스의 인격과 인간성이 책에서는 상세하게 그려진다. 그와 만났던 사람들을 통해 크리스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는 방랑길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에게 지울 수 없는 인상을 남겼다. 특히 프란츠라는 노인과의 나이를 뛰어넘은 우정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사회의 부정의에 대한 분노, 빈민과 약자에 대한 관심만 봐도 크리스가 얼마나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었는지 알 수 있다.

 

총명하고 용기 있는 젊은이가 알래스카에서 어이 없이 죽어가는 과정은 안타깝다. 그가 가진 능력이었으면 탈출하는 길을 찾고도 남았을 것 같은데 그는 주저앉았다. 그가 추구한 것은 자연의 주는 단순한 아름다움과 자유가 아니었을까. 그는 부모에 대한 반항이나 사회에 대한 분노 이상의 내적 소양을 갖고 있었다. 단지 그뿐이었다면 이런 모험의 삶을 살 수 없었을 것이다.

 

크리스 맥캔들리스는 행동하는 아웃사이더였다. 그의 삶을 통해 자연과 문명과의 관계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동시에 너무 현실적이고 타산적이 된 주변의 젊은이들도 본다. 우리는 문명의 안락함에 젖어 살아가지만 인간의 피에는 야생의 자연을 향한 동경이 자리 잡고 있다. 인간은 자연을 떠나서 살 수 없다는 시그널을 끊임없이 전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크리스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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