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 혹시나 볼 만한 게 있는지 들어갔다가 우연히 보게 된 영화다. 많은 경우 실망을 하지만 이 영화는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다. 제목이 '러빙 어덜츠(Loving Adults)'인데 번역하면 '사랑스런/사랑하는 어른들' 쯤 될까, 그러나 내용은 제목과 반대로 끔찍한 살인을 소재로 한 치정물이다.
영화는 미제 살인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가 결혼을 앞둔 딸에게 이 사건을 설명하면서 사랑과 결혼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려주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사건의 진행과 두 부녀의 대화가 교차하며 스토리는 전개된다.
사랑이라는 외피를 쓴 애착과 질투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지 영화는 잘 보여준다. 두세 차례 반전도 나온다. 청순해 보이는 아내 레오노라가 뒤로 갈수록 섬뜩한 여자로 변한다. 불륜을 저지른 어리바리한 남편이 받는 응보는 가혹하다.
'러빙 어덜츠'는 극단적이긴 하지만 인간 본성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덴마크판 '사랑과 전쟁'이라 할 수 있다. 결혼을 하려는 딸이 걱정되는 형사는 이 사건을 교훈으로 삼으라고 딸에게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 준다. 하지만 이미 사랑에 빠진 딸의 귀에 들어올 리 없다. 형사가 딸에게 해 주는 말이다.
"결혼은 네 적이 될 사람에게 걸어 들어가는 것이야."
"사랑은 살인 도구가 될 수 있다."
"사랑은 생각보다 훨씬 더 위험한 거야. 저 안(결혼식장)으로 들어가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
실제로 살인 사건의 반 정도는 사랑 때문에 일어난다고 한다. 그래도 딸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결혼식장으로 향한다. 마지막 장면을 보니 영화 제목이 의도하는 바를 알겠다. 정말 '사랑스런 어른들'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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