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동 모임에 나가는 길에 시간 여유가 있어서 양재천에 내려가 보았다. 군데군데 지난여름의 수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었으나 천에는 늦가을의 분위기가 가득했다. 영동1교와 영동3교 사이를 1시간여 어슬렁거렸다.
마침 점심시간 즈음이라 천변에는 식사를 마치고 산책 나온 직장인들이 많았다. 사위어가는 추광(秋光)을 쐬며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정겨웠다. 하나 같이 휴대폰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외국과 비교하면 늘 아쉽게 여겨진다. 그래도 가끔은 독서를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양재천을 걷는 내내 시야에서 타워팰리스 빌딩군을 피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모르지만 내가 저 우뚝한 건물에서 받는 느낌은 위압감과 소외감이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저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늦가을의 낮이었다.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진다. 회자정리(會者定離)다. 헤어짐은 겪어야 하는 수많은 인생사 중의 하나이니 크게 아쉬워 할 필요는 없을 게다. 끊어진 인연을 아무리 붙잡으려 한들 헛수고일 뿐이다. 인연이 있으면 천리 밖이라도 만나고, 인연이 없으면 마주보고 있어도 만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양재천을 걸으며 망설이던 마음을 정리했다. 진즉 결정을 했어야 할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