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우리 동네 다운타운

샌. 2022. 12. 3. 19:02

영어의 '다운타운(downtown)'은 시내의 중심 지역을 뜻한다. '다운(down)'으로 연상되는 의미와는 다르다. 영어를 배우고 나서 나는 다운타운을 오랫동안 헷갈렸다. 다운타운을 생활 수준이 한 수 아래인 달동네로 착각한 것이다. 고등학생 때는 잘못된 해석으로 오답을 적은 적도 있었다. 점수를 잃고나서야 제대로 개념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이곳으로 이사 와서 시내에 나가자면 완만한 경사를 따라 내려가야 한다. 말 그대로 '다운(down)' 타운이다. 미국에서도 시내 외곽에 위치한 주거 지역이 대체로 고도가 높다 보니 그렇게 부를 수밖에 없다는 걸 여기에 와서야 실감한다.

 

우리 동네 다운타운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스카이라인이 계속 바뀌고 있다. 상수원보호구역으로 규제를 받다가 해제된 탓인지 고층 아파트 건설이 줄을 잇는다. 시내로 출입할 때면 변하는 광경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동시에 이렇게 집을 지어대는데 아직도 집 없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기이하게 느껴진다. 눈에 보이는 집은 경상도 사투리로 말하면 천지삐까리인데 빈익빈 부익부의 현실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최근에 나온 통계를 보고 깜짝 놀랐다. 우리나라에는 2144만 가구가 있는데, 44%인 938만 가구가 자기 집이 없다고 한다. 반면에 주택보급률은 104%에 이르니, 실제 주택수는 가구수보다 많은 셈이다.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공급보다 배분에 정책 비중을 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행스럽게도 금년 들어서는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 매우 반가운 현상이다. 마흔을 넘긴 자식 둘이 아직 집을 장만하지 못하고 있다. 살림살이가 변변치 않아서다. 나에게는 자식이 집을 마련하는 일이 나라 경제보다 급하다. 어쩔 수 없는 인지상정이다. 그동안 아파트 값이 너무 터무니없이 올랐다. '영끌'이라는 이상한 단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우리 사회는 일확천금의 광풍에 휩싸였다. 자중하고 차분해졌으면 좋겠다.

 

인간 생활의 기본 양식인 의식주에 돈이 개입해서 농간을 부리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다운타운의 새로 지어진 아파트를 보면서 드는 안타까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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