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안이든 밖이든 누구나 가시를 가지고 있다. 가시는 잠복해 있다가 불시에 깨어나 찌른다. 불가항력이다. 가시가 고통을 주지만 인간에게 겸손을 가르쳐주는 도구이기도 하다. 어젯밤은 잠을 설치다가 새벽녘에야 겨우 눈을 붙였다.
바람을 쐬러 경안천 습지생태공원에 나갔다. 늦가을 풍경이 일말의 위로가 되었다.
경안천에 나간 것은 고니가 돌아왔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산책로에서 멀리 떨어진 나무 뒤에 십여 마리의 고니가 보였다. 올해 경안천에 맨 처음 도착한 선발대 무리일 것이다.
가을이 가는 스산한 계절이어선지 천변에는 산책 나온 사람이 드물었다.
시야를 가리던 나뭇잎이 떨어지니 경안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묵묵하게 세월을 견디며 성장하는 모습은 언제 봐도 대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