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거미를 관찰하다

샌. 2022. 11. 16. 11:13

지난 초가을 안방 베란다 유리창 밖에 거미가 자리를 잡았다. 짐작컨대 무당거미였고 유리창과 거의 맞붙어서 평행하게 거미줄을 쳤다. 덕분에 무당거미를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었다. 

 

▽ 9/21

 

얘는 아무래도 자리를 잘못 잡은 것 같다. 한 달이 되도록 거미줄에 걸려드는 먹이가 하나도 없다. 그래도 거미는 미동도 없이 기다린다.

 

▽ 10/17

드디어 변화가 생겼다. 탈피를 하고 나니 작은 거미 한 마리가 새로 나타났다. 원래 있었던 거미는 암컷이고, 작은놈은 수컷이다. 짝짓기를 노리는 것이다.

 

수컷 거미의 짝짓기는 굉장히 조심스럽다. 잘못하다가는 덩치가 큰 암컷에게 잡아먹히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의 암컷은 굶주린 상태다. 수컷은 암컷의 작은 움직임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뒷걸음친다.

 

▽ 10/18

접근과 후퇴를 수없이 반복하다가 암컷 등에 올라타는 때도 있다. 수컷의 본능이 처절하다. 짝짓기에 성공했는지는 모르겠다.

 

암컷 무당거미가 11월 말경에 알을 낳으면 내년 봄에 새끼가 나온다고 한다. 

 

▽ 10/21

그 뒤로도 며칠동안 암컷과 수컷의 쫓고 쫓기는 동작이 반복되었다. 거미의 세계에서 수컷은 작고 나약하며 볼 품이 없다. 태어나서 암컷 눈치만 보다가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고는 사라진다.

 

그러다가 어느 날, 돌연 거미가 사라졌다. 거미줄도 찢어지고 남은 몇 가닥만 바람에 흔들거렸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바람이 세게 불어 모두를 날려버렸는지 모른다. 아니면 가끔씩 찾아오던 까치의 밥이 되었을까? 어쨌든 그렇게 거미는 홀연히 왔다가는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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