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S. 루이스(1898~1963)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여서 넷플릭스에서 찾아보았다. 루이스는 유명한 기독교 변증론자로 옥스퍼드대학 영문학 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독신으로 지내다가 50대가 지나서 미국 시인 조이를 만나 결혼하게 된다. 이 영화 '섀도우랜드(Shadowlands))는 둘의 만남과 사랑, 결혼과 조이의 안타까운 죽음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전에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 <인간 폐지>를 읽었지만 솔직히 책의 명성만큼 감동을 받지는 않았다. 서양인들의 논리적 사고가 우리하고는 다르다는 것을 느낀 책이었다. 아무튼 루이스는 변증법적 방법으로 결론을 이끄는 능력이 탁월한 것 같다. 루이스의 논리에 매료되어 그의 전 작품을 읽고 심취한 후배가 있는데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는 책으로 만나는 인상과는 완전히 다른 루이스를 보여준다. 엄밀하고 완고할 것 이미지와는 달리 다정다감하고 배려심 깊은 분이다. 조이가 영국에서 살 수 있도록 혼인신고를 하고 남편이 되어준다. 뒤에 조이가 암에 걸리자 그녀의 마지막을 지켜주기 위해 병실에서 정식 결혼식을 올리고 동반자가 된다. 학문과 결혼한 것 같아 보이던 루이스는 조이와 깊은 사랑에 빠진다.
'섀도우랜드'는 두 사람의 끌림과 정신적 교감을 보여준다. 조이는 루이스를 만나기 전 두 아이의 어머니였고, 남편과 이혼을 앞둔 상태였다. 그녀는 루이스의 독자가 되어 유신론자로 변했다고 한다. 둘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지적 친구에서 연인, 부부로 발전해 나간다. 영화는 이 과정을 따스하게 보여준다.
영화에는 인간의 고통을 다루는 부분도 자주 나온다. 루이스는 조이를 떠나보내고 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던 것 같다. 신이 왜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지 심사숙고했을 것이다. 영화에서는 루이스의 강연을 통해 이 문제를 짚는다. 조각가가 돌을 정으로 쪼아야 작품이 나오듯이, 신은 인간에게 고통을 줌으로써 완성의 길로 나아간다. 또는 유아가 놀이방에서 놀 때는 행복할지 몰라도 다른 세계는 알지 못한다. 더 넓고 높은 세계로 나아가도록 문을 열어주는 것이 고통이라고 루이스는 말한다. 신이 인간에게 주는 고통의 의미다. 아마 루이스는 조이와의 사별 후 이런 깨달음으로 더욱 나아갔을 것이다. "고통은 그냥 고통일 뿐, 이유도 목적도 패턴도 없어"라고 절망하기도 하지만.
"지금의 고통은 그때 행복의 일부다."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다. 인생에서 고통과 행복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한쪽만 취한다는 것은 어림없는 일이다. 우리가 확실히 아는 것은 그것뿐이다. '섀도우랜드'에서 루이스 역은 앤소니 홉킨스가 맡았다. 홉킨스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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