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쓴 와카타케 치사코는 1954년생으로 55세부터 소설 강좌를 들으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8년 후 이 작품을 집필했고, 2018년에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는 74세인 모모코의 일상과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며 노년의 내면을 잘 그려낸 작품이다.
모모코는 일찍 남편을 여의고 혼자 살면서 두 자식과도 관계가 소원하다. 이웃과 교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외로움의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지만 모모코는 자신을 들여다볼 줄 안다. 자신과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고독을 즐긴다. 친구와 모임이 없어도 충분히 자족하며 즐길 수 있음을 보여준다. 모모코의 행복은 과거의 따스했던 추억에서 나오지만, 현실에서 의미를 발견하려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모모코는 진지하게 의미를 추구하는 사람이며 이 점이 그녀를 살아있게 한다. 그렇다고 모모코가 대책 없는 낙관주의자는 아니다.
"인간은 어떤 삶을 살건 고독하다." 노년이 되어 모모코가 받아들인 깨달음이다. 종일 혼자 집안에서 지내지만 특별히 외롭지는 않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산다. 하지만 가끔씩 짙은 외로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이 역시 살아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라고 긍정적으로 대하며 맞서나간다. 모모코에게는 죽음마저 탐구의 대상이다. 모모코는 말한다. "늙음과 죽음 뒤에 펼쳐질 세상은 제 아무리 모모코 씨라 해도 전혀 모르는 미지의 영역이다. 모르는 걸 알게 되는 게 세상에서 젤루 재미있는 일이니, 이를 충분히 탐구하고 음미하는 것이 앞으로 남은 인생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일이 되리라."
소설에 나오는 모모코는 70대 중반의 여성이다. 주변에서 만나는 활동적인 70대 노인과는 달리 일찍 늙어버린 느낌이다.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 80대나 많게는 90대쯤 되어 보인다. 책을 읽으며 미래의 내 모습이 모모코 씨와 비슷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혼자서 간다'라고 선언하든 않든 어차피 혼자가 될 것이다.
책에 나오는 몇 구절이다.
"똑같네. 인제 앞으로 어떻게 될까. 나만 외롭구, 나만 불안한 기 아이야. 마커 똑같다."
"세상엔 암만 해도 어쩔 수 없는, 어떻게도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걸, 오만 가지 노력에 몸부림을 쳐 봐도, 요맨치두 통용이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걸, 기걸 알고 나니 뭘 쟁취하거나 이겨 볼려고 발버둥치는 인생이 쓸데없이 힘쓰는 걸루밖에는 안 봬. 말하자문 인간은 무력하고, 또 세상엔 절망의 벽이 있다는 걸 안 거지. 일단 받아들이고 나문 맘이 펜한데, 그 상태에 도달하기까지 워떻게 처신하느냐, 그기 문제지. 그 이후루 난 완정이 딴 사람이 됐어."
"살아간다는 게 실은 아주 슬픈 일이거든."
"세상사 흘러가는 대루야. 있으문 있는 대루 읎으문 읎는 대루 찌덕찌덕 살문 된다."
'읽고본느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 (0) | 2023.01.20 |
---|---|
섀도우랜드 (0) | 2023.01.15 |
엄마의 마지막 말들 (0) | 2023.01.06 |
어느 독일인의 삶 (1) | 2023.01.02 |
엔드 오브 타임 (0) | 2022.1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