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동네 공원 벚꽃과 옛 친구

샌. 2023. 3. 31. 10:35

 

양재에 나갔다 오는 길에 동네 공원에 들러보았다. 어느새 벚꽃이 활짝 폈다. 올해는 봄꽃 개화 시기가 예년보다 빠르다더니 벚꽃만 봐도 확연히 알 수 있다. 남도에 상륙한 봄기운이 고속열차를 타고 북상했다. 지구의 호흡이 가빠진 것 같아 걱정이 된다.

 

저녁에는 56년 만에 연락이 된 옛 친구 J와 통화를 했다. J와는 국민학교, 중학교 동기였다. 중학생 때는 같은 반이 아니어서 가까이 지내지는 못했지만 하굣길이 같아서 가끔 동행했다. 걷는 길이 한 시간 넘게 걸렸으니 그 사이에 장난도 치고 많은 얘기도 나누었을 것이다. J는 그때부터 기독교에 관심이 많았고, 그가 하는 얘기를 신기하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동시에 J가 무척 어른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그 뒤에 J는 목사가 되었고 국내에서 목회를 하다가 그리스로 가서 한인교회를 담당했다. 중학교를 졸업한 뒤의 소식은 전언으로만 듣기만 했지 직접 만나지는 못했다. J는 30년 넘게 그리스에서 살다가 목사를 은퇴하고 작년에 귀국했다. 곧 얼굴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옛날이야기를 나누던 중 친구가 말했다.

"너는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었잖아."

돌아보면 J는 공부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십 대 때부터 목회자의 길을 염두에 두었던 친구였다. J의 말에서 나에 대한 이미지가 어설프게 그려졌다. 인생에 정도(正道)가 있겠는가. 오랜만에 들은 '모범생'이라는 말에서 나는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어 씁쓰름했다. 가지 않은 길은 언제 어디서나 아름답고 신비스럽게 보이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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