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텃밭의 선물

샌. 2023. 7. 28. 10:33

 

이즈음 텃밭이 주는 선물은 고추, 가지, 호박, 상추, 토마토 등이다. 아내는 매일 이른 아침에 텃밭에 나가서 무언가를 들고 온다. 덕분에 아침 식탁이 초록으로 싱싱하다.

 

그중에서도 제일 감사하며 먹는 것이 토마토다. 밭에서 바로 따온 토마토의 맛은 시장에서 사는 것과는 비교될 바 아니다. 다만 아쉬운 게 한 가지 있다. 토마토에 발간 색깔이 돌기 시작하면 새가 먼저 와서 시식한다. 농숙하기를 마냥 기다릴 수 없다. 익기 전에 미리 따 와서 하루 정도 집에 두어야 한다. 맛있는 걸 누가 먼저 먹나, 새와 시합하는 것 같다. 선조들은 날짐승을 위해 까치밥을 남겨뒀다. 나도 토마토 한 포기 정도는 그들의 먹이로 제공할 생각이 있다. 그런데 새들은 무차별적으로 쪼아버린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협상을 할 수도 없다. 미래 언젠가에는 인간과 새들의 언어를 통역해주는 AI가 등장하길 기대한다.

 

오늘 아침에는 고랑에 난 잡초를 뽑았다. 비가 잦아선지 쉽게 뽑혀서 일이 수월했다. 텃밭은 단순히 먹을거리만 주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영혼을 위무하는 무엇이 텃밭에는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수만 년을 이어져온 유전자의 힘이며 요구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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