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장맛비 속 고향에 다녀오다

샌. 2023. 7. 15. 13:23

올 장마는 성질이 사납다. 마치 인간에 대해 화풀이를 하려는 것 같다. 고향 동네에도 산사태가 나서 여러 군데 피해를 입고 있다. 하늘이 하는 일을 누가 말릴 수 있겠는가. 더구나 현대의 자연재해는 인과응보적 경향이 크다. 자연 훼손과 무분별한 삶에 대한 셈값을 반드시 치러야 할 것이다. 세상에 공짜란 없다.

 

고향에 있는 나흘 동안 내내 비가 내렸다. 지금 장마전선은 충청도와 경상도 지역에 머물며 강한 비를 뿌리고 있다. 며칠째 꼼짝을 안 하고 있어 애를 태운다. 고향 마을도 집중호우대에 들어가 있다.

 

 

한 주 전에는 고향에 하룻밤새 200mm의 폭우가 퍼부었다. 여러 군데 산사태가 생겼고, 우리 산소도 허물어졌다. 마침 내려가 있던 여동생이 임시 땜질을 했다. 장마가 그쳐야 제대로 보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잠깐 비가 그치니 어머니는 그새를 못 참는다. 말려도 소용 없고, 당신 몸이 아우성을 쳐도 소용없다. 두 손을 든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당신은 당신에게 주어진 삶의 몫을 살아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누구나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고향 마을의 유일한 아이와 어머니는 90년 차이가 난다. 이 고양이는 먹이를 달라고만 조르지 절대 곁을 주지 않는다. 하긴 그게 고양이의 매력이다.

 

 

고향 집에 찾아온 제비는 두 번째 새끼를 양육중이다. 이번에는 네 마리다. 어미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먹이를 나르느라 쉴 틈이 없다. 모든 생물의 지고지순한 사명은 제 유전자를 후손에 전해주는 데 있다. 생물의 온갖 몸짓은 그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된다. 인간이라고 다르지 않다.

 

 

유전자 전달의 임무를 다한 부모는 이미 효용가치를 상실했다. 반면에 내 유전자를 간직한 자식은 고이 보살펴야 한다. 내리사랑은 어찌할 수 없는 본능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동물은 자식이 성체가 되면 과감하게 독립시켜 연을 끊는다. 인간만이 죽을 때까지 자식 걱정을 하며 또는 애착하며 살아간다. 진화상으로 무슨 이점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인간 사회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상당 부분이 여기에서 유래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아직 어머니는 비슷한 연배에 비하면 건강하신 편이다. 그러함에도 노쇠한 기력은 어찌할 수 없다. 옆에서 지켜보는 마음이 무척 착잡하다. 감사하면서 동시에 안타까운 양가감정에 시달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많이 우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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